금융조사전문업체 와이즈에프엔이 집계한 작년 12월 결산 상장법인 1719개 가운데 885개 기업이 지난 10일 현재까지 결정한 현금배당액은 15조7234억원이다. 아직 작년 결산 배당이 모두 발표되지 않았는데도 이미 2013년 배당액(13조2267억원)을 18.9% 넘어서는 수준이다. 초이노믹스(choinomics)의 핵심인 배당확대가 효과를 발휘한 셈이다.
그런데 수혜자가 가계가 아니다. 외국인 지분율이 50% 이상인 기업의 배당금은 모두 5조6254억원으로 전년보다132.6% 급증했다. 반면 외국인 지분율이 30% 미만인 기업의 배당금은 18.9% 늘어나는 데 그쳤다. 또 외국인 지분율이 30% 이상, 50% 미만인 기업의 배당금은 오히려 전년보다 32.4% 감소했다.
작년 12월 결산 법인 1719개로부터 외국인이 받게 된 작년 배당금은 5조6086억원으로 2013년보다 21.4% 증가했다. 전체 배당금 증가율(18.9%)을 꽤 웃돈다. 전체 기업들의 배당 가운데 외국인이 받아가는 배당금 비중도 2012년 33.1%, 2013년 34.9%, 2014년 35.7% 등 해마다 점점 늘어나고 있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정부가 배당 확대 정책을 펼친다고 발표하면서 외국인들은 배당성향이 높은 기업, 혹은 배당을 늘릴 것 같은 기업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렸다”며 “이들의 많은 배당금은 투자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실제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대기업이 현금을 쌓아놓고도 주주에게 환원하지 않는다는 불만을 적극적으로 표시해왔다. 이 때문에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기업이 배당 확대에 앞장서는 결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해 국내 기업 이익은 주춤했다. 하지만 정부의 압박과 강한 목소리를 내는 외국인 주주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리한 배당은 미래투자 여력과 성장 잠재력을 훼손시킬 수 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에 대한 배당금은 해외로 유출되는 게 보통이다. 정부가 예상한 기업 소득의 가계 이전을 통한 경제 활성화 효과는 없고, 외국인 배만 불려준 셈이다.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배당 증가분이 외국인과 대주주에게 쏠리고 있다는 점, 금융 소득은 실물 소비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대개 금융 재투자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정책 수혜자와 목적 양쪽에서 문제점이 발견된다”고 비판했다.
한편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올 들어 기업들에게 임금인상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임금을 높혀 가계소득을 높이면 소비 등 내수가 살아날 수 있다는 논리다. 반면 재계는 경쟁력 약화, 대ㆍ중소기업간 또는 정규직ㆍ비정규직간 임금 양극화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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