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서울 동교동에 사는 김승택(28) 씨는 지난달 한 대기업 취업에 성공했다. 2년 전 대형 보험회사에 입사했지만 구조조정으로 술렁이자 7개월만에 그만두고 취업재수에 나선지 1년6개월 만이다. 취준생이었던 김 씨는 그동안 취업의 어려움을 온몸으로 체험했다고 했다.
“가뜩이나 채용인원이 줄고 있는 가운데 이공계나 상경계도 아닌 인문대(국문과)를 졸업한 내가 갈 수 있는 회사는 거의 없었다. 대기업 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140여곳에 지원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취업원서 쓰고 낙방 확인하는 게 일과였다.”
[자료=헤럴드경제ㆍ알바천국 ‘중견ㆍ중소기업 채용계획 및 구직자 인식 조사’] |
김 씨는 다른 동기들에 비하면 행복한 편이다. 함께 졸업했던 40여명 중 내로라는 기업에 정규직으로 취업한 친구들은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다. 지금도 취준생과 인턴, 알바 생활을 이어가는 친구들이 대부분이라는 게 김 씨의 전언이다.
청년들이 이처럼 2, 3년씩 예사로 취업준비에 시간을 투자했던 것은 그나마 ‘질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ㆍ중소기업까지 성장정체에 빠지면서 고용여력이 감소하고 있다. 이런 탓에 ‘고용절벽’에 부딪힌 청년들은 희망마저 속수무책 버리고 있다.
▶좁디 좁은 문, 구직자 하방지원 고착화=주요 구직층인 청년층 실질실업률도 최근 들어 크게 높아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1월 청년층(만 15~29세) 공식 실업자 수는 39만5000명(실업률 9.2%). 특히, 지난해 11월부터 보조지표로 발표하는 체감실업률로 계산할 경우 숫자는 107만1000명(21.8%)으로 높아진다. 공식 실업자란 경제활동인구 중 지난 4주간 구직활동을 했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을 일컫는다.
높은 연봉과 고용 안정성, 복지혜택이 보장되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ㆍ중소기업으로 눈높이를 낮추는 이른바 ‘하방지원’이 고착화되고 있다.
본지가 취업포털 알바천국에 의뢰해 실시한 ‘중견ㆍ중소기업 채용계획 및 구직자 인식 조사’ 결과 전체 구직자(1332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7.2%(629명)가 업체 규모와 상관없이 기회가 생긴다면 취업하겠다고 응답했다. 대기업이 아닌 중견ㆍ중소기업에만 지원하겠다는 응답도 16.7%(223명)에 이르렀다.
다만, 성별에 따라 다소 차이를 보였다. 남성의 경우 41.8%(259명)가, 여성 구직자는 51.9%(370명)가 기업규모와 관계 없이 취업하겠다고 밝혔다.
알바천국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남성에 비해 여성의 구직기회가 적은 점이 크게 작용했다”며 “향후 채용시장에서도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고용경색의 한 원인, 고용-구직자 간 ‘급여 미스매치’=구직자들의 하방지원 움직임이 심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용자와 구직자간의 희망급여 미스매치(불일치)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구직자들의 평균 희망연봉은 3005만원. 남성 응답자의 경우 희망연봉(3138만원) 수준이 여성 응답자(2890만원) 보다 248만원 가량 높았다. 그런데 기업들 절반(51.4%) 이상은 지급 가능한 연봉수준은 2100만원 미만이라 응답했다. 이만해도 받는 이와 주려는이 사이에 905만원 차이가 난다. 심지어 절반도 안되는 1500만원 미만의 연봉을 지급할 예정이라 밝힌 업체들도 전체 13.1%에 달했다. 구직자 평균 희망연봉과 비슷한 3000만원 이상의 연봉을 지급할 것이란 업체는 고작 8.8%였다.
[사진=헤럴드경제DB] |
이같은 고용자와 구직자간의 희망급여 미스매치는 잦은 이직과 짧은 근속기간으로 표현됐다.
중견ㆍ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이전에 채용했던 직원의 평균 근속기간을 묻자 ‘1년 이내’가 27.9%로 가장 많았다. 이어 ‘2년 이내’(20%), ‘3년 이내’(16.6%), ‘6개월 이내’(16.2%) 등이었다. 즉, 10명 중 8명(80.7%)이 3년이내 퇴사 또는 이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10년이상 근무하는 인원은 전체 2.8%밖에 되지 않았다.
이같은 짧은 근속기간과 잦은 이직은 기업들이 신입직원 채용을 망설이게 하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경력직을 선호하는 이유다.
인력채용 시 가장 큰 어려움에 대해 29.7%의 업체들이 ‘희망연봉과 지급가능 연봉액의 차이’를, 21%(61개)는 ‘높은 중도 퇴사율’을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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