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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둔화 조짐 심각…韓銀은‘디플레 파이터’를 택했다
5개월만에 1.75%로…사상 첫 1%대 기준금리 시대 의미·전망
‘경제부양’외압에도 꿋꿋하게 동결해 와
가계부채 급증-자본유출 위험 커질 우려
금융기관 순이자마진 추가 하락…더 한숨
가계는 이자수입 감소 등 후폭풍 거셀 듯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전격적으로 ‘한번도 가보지 못한 1%대 기준금리 시대’를 선택한 것은 예상보다 경제둔화 조짐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인하를 통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도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물가ㆍ투자ㆍ소비ㆍ수출 등 각종 지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 오는 4월 경제전망 수정이 불가피한 만큼 시장의 안정성 담보와 선제적인 통화정책이라는 명분도 이번에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로 꼽힌다.

▶사상 첫 1%대 기준금리…한은, ‘디플레 파이터’ 선택했다=이번 금리 인하는 지난해 10월 인하 이후 5개월만에 단행됐다. 기준금리가 1% 대로 내려가긴 역대 처음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9년에도 금리는 2.0%를 유지했었다. 한번도 가보지 못한 1%대 금리 시대를 선택한 것이다.

한은이 1%대 금리란 상징성 부담에도 불구하고 금리인하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린 건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감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경제부양’이라는 외압에도 한은이 꿋꿋하게 금리를 동결할 수 있었던 데엔 그나마 ‘물가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판단도 한 몫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져 디플레이션에 대한 공포가 한국사회를 짓누르고 있다. 실제 소비자물가는 세 달 연속 0%대에 머물면서 ‘D의 공포’가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2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0.52% 올랐지만 담배값 인상 부분을 빼면 사실상 마이너스다. 한은의 2013년~2015년 물가안정 목표가 2.5~3.5%인 점을 고려하면 저유가 등을 감안해도 적정 수준에 훨씬 못 미친다. 

디플레이션과 맞서려면 정부와 한은의 정책 공조가 중요한 만큼 한은이 전격적으로 금리인하를 통한 확장적 통화 운용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모건스탠리는 최근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에서 생산자물가 디플레이션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으며, 한국개발연구원(KDI)도 “한국이 일본과 비슷한 디플레이션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며 한은이 신속한 금리인하에 나설 것을 주문하기도 했었다.

이와 함께 예상보다 저조한 경제지표와 갈수록 격해지는 글로벌 환율전쟁에서 제외될 경우 수출감소 등 경제에 타격이 클 것이란 우려도 컸던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다시 한 번 경제부양에 전력을 쏟고 있는 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외부의 압박도 거세 이를 마냥 외면하기도 부담이 컸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46조원의 재정을 투입하고 두 차례 금리를 인하했지만 경제지표의 개선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철강ㆍ조선ㆍ중공업ㆍ석유화학 등 국내 주력산업들이 포진해 있는 광공업생산은 전월대비 3.7% 떨어지며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친 2008년 12월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나타냈다. 같은 기간 설비투자(-7.1%)와 소매판매(-3.1%)도 곤두박질쳤다. 글로벌 환율전쟁에서 제외되며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이 7년만에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2월 대(對) EU 수출은 전년대비 30.7%나 감소했다. 1월에는 일본에 대한 수출도 19.5% 줄었다.

지난 10월 공개된 2월 금통위 본회의 의사록에도 이 같은 우려의 목소리는 잘 나타나있다. 가계부채 급증에 대한 우려가 대부분이었던 이전과 달리 2월 의사록에는 경기회복 부진과 디플레이션 우려, 수출부진 등에 논의가 집중되며 금리인하 필요성이 부각됐다.

▶가계부채 급증과 자본유출 위험 커질 듯=이번 금리인하로 경기부양 효과는 예상되지만 급증하는 가계부채와 자본유출 우려는 또 다른 한국경제의 위험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1089조원까지 치솟은 가계부채는 연초에도 무서운 속도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말 현재 가계에 대한 예금은행의 가계대출(모기지론 양도분 포함) 잔액은 566조원으로 한 달 전보다 3조7000억원 증가했다. 속보치 성격의 이 집계가 개시된 2008년 이래 2월 중 증가폭으로는 역대 최대다. 주택담보대출 잔액(413조6000억원)만 따져도 지난 한 달 간 늘어난 액수는 4조2000억원에 달한다.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는 지난 2월 금통위 본회의 회의록에도 잘 드러나있다. 특히 곧 출시될 정부의 연 1%대 수익공유형 주택대출이 가계부채 문제를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도 컸다.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보증 회사가 손실을 부담할 가능성이 있고, 모든 은행이 연 1%대 주택대출을 취급하면 가계부채를 증가시키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자본유출 위험도 고민거리다. 최근 달러 강세 현상이 뚜렷한 가운데 미국이 상반기 중 금리를 인상할 경우 자본유출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원화 절하 속도는 아시아 주요 국가 중 가장 빠른 수준으로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영향을 크게 받을 수 밖에 없다. 통상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1~2% 높은 금리를 유지해왔지만 미국과의 금리격차가 좁혀지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미국 시장으로 자본이 이동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통위원중 한명인 함준호(50)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최근 “예상외로 자본유출이 확대될 위험에 신중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금융기관 NIM하락, 가계 이자수입 감소…후폭풍 거셀 듯=또 다시 기준금리가 인하되면서 금융기관의 한숨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특히 예금이자가 내려가면 가계자산 중 예금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특성상 소비감소 및 부동산 시장에도 파장이 거셀 수 밖에 없다는 비판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2%대에서 1%대로 내려앉은 만큼 금리인하의 상징효과는 더욱 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은행 수익에 예대마진이 절대적인 만큼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NIM 추가 하락은 불가피해보인다.

하이투자증권은 이와 관련 “이번 금리 인하로 국내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이 3분기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은행권의 순이자마진(NIM)은 1.79%로 이미 역대 최저수준이다. 보험권 역시 역마진 우려가 커지며 수익성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황혜진 기자/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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