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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기자의 貨殖列傳] 주방장 or 셰프…문화가 곧 돈이다
사적에 입증된 중국 최초의 왕조는 은(殷)이다. 탕왕(湯王)이 은나라를 세우는 데 일등공신이 재상 이윤(伊尹)이다. 이윤은 요리사 출신이다. 탕왕에게 발탁된 것도 뛰어난 요리 솜씨 덕분이었다. 그는 요리를 예로 들어 천하의 정세를 탕왕에게 가르쳤다고 한다.

오(吳)나라의 전제(專諸)는 오자서(伍子胥)를 도와 합려(闔閭)를 왕위에 올리기 위해 당시 왕이었던 요(僚)를 암살한다. 생선요리를 좋아하는 요에게 접근하기 위해 전제는 수 년간 생선요리를 배운다. 요리는 역사를 바꾼다.

장자(莊子)의 ‘포정해우(丁解牛)’ 얘기의 주인공은 백정(boucher)이다. 포정은 오랜 수련끝에 가축의 근육과 뼈를 건드리지 않는 도살법을 터득했다. 덕분에 19년이나 날을 벼리지 않고도 같은 칼을 쓸 수 있었다. 장인정신의 사례지만, 순리를 거슬러 무리하지 말라는 교훈이 숨어있다.

오나라에 나라를 빼앗겼던 초소왕(楚昭王)을 끝까지 수행했던 열(說)이라는 백정이 있었다. 나라를 되찾은 소왕이 높은 벼슬을 내리려 한다. 일약 출세할 기회지만 열은 이를 사양한다. 나라를 되찾은 데 공이 없고 적임자도 아닌데 단지 고생을 같이 했다는 인연으로 높은 자리를 탐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상당한 용기다.

범상치 않은 요리사가 많았다는 것은 요리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말해준다. ‘먹고 사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게 먹거리다. 좋은 요리를 만들려면 엄청난 배움과 오랜 숙련이 필요하다. 특히 제사 문화가 보편적인 동양에서 수 천 년 동안 상차림은 중요한 예법이었다. 상당한 수준의 지적능력 없이는 요리와 상차림을 제대로 할 수 없다. 하지만 ‘사농공상(士農工商)’, ‘남존여비(男尊女卑)’의 왜곡된 유학 세계관이 요리를 부엌 일로 폄하시켜왔다.

반면 서양의 셰프(Chef)는 부엌을 벗어난 지 오래다. 연예인을 빼면 요즘 TV 프로그램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직업이다. ‘주방장’ 등의 뜻으로 풀이되지만, 영어의 셰프는 ‘칩(chief, 최고)’과 통한다. 존중이 느껴진다. 요즘 셰프들이 만드는 경제적 부가가치는 엄청나다. 배고파서 먹는 시대가 아니다. 섭생(攝生) 차원도 넘어섰다. 이제 요리는 라이프스타일, 곧 문화다.

요리가 문화가 된 것처럼, 인간의 본성과 본능과 연결된 것들에서 문화적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부가가치로 연결시킨다면 엄청난 화식(貨殖)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페이스푹, 애플 등의 성공비결도 문화에 있다.

우리나라에도 세계적 기업이 꽤 많지만, 아직 전세계적인 문화 혁신을 이끈 사례는 없다. 곧 설이다. 명절은 누적된 문화의 결정체다. 평범에서 혁신의 씨앗을 찾을 꽤 좋은 기회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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