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배우에서 유아용품 사업가로 성공, 어니스트 컴퍼니 창업자 제시카 알바
[슈퍼리치섹션]사업에 나선 연예인들은 종종 자신을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과 맞닥뜨린다. ‘이름만 걸어놓고 사업가 행세냐’는 비아냥을 듣거나 유명세만 믿고 온 투자자들과 소송을 벌이는 등 험난한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지난 2011년, 친환경 육아용품 및 생활용품 업체 ‘어니스트 컴퍼니(Honest Comapany)’를 창업한 미국의 영화배우 제시카 알바(34)도 사업 초기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다. ‘스타의 유명세에만 의존하는 회사가 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뒤따랐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회사는 순항 중이다.
2012년 벤처투자자들로부터 2700만 달러(약 294억원)를 투자받은 어니스트 컴퍼니는 지난해 8월엔 7000만 달러(약 763억원)를 다시 유치했다. 기업가치도 10억 달러(약 1조원)로 오르면서 포브스 등 미 경제전문지가 꼽은 올해 기업공개(IPO) 후보군에도 포함됐다.
제시카 알바는 어니스트 컴퍼니를 경영하면서 2012년 미 경제전문지 포춘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가 10인’에 이름을 올렸다. |
▶‘엄마들을 위한’온라인 쇼핑몰로 공략=어니스트 컴퍼니는 기저귀부터 베이비로션ㆍ아기 욕조ㆍ수건 등 유아용품과 손세정제, 주방 및 세탁세제 등의 생활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회사는 친환경 무독성 원료를 개발해 제품을 만드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창업 첫해 제품 종류는 17개였지만 지난해 3분기 현재 90개로 늘었다. 가장 인기있는 제품은 기저귀다.
매출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2013년 5000만 달러(약 545억원)에 이어 지난해엔 1억5000만 달러(약 1600억원)로 세배가량 늘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같은 성장에는 온라인 기반의 전자상거래 방식이 주효했다. 매출의 80%가 온라인 판매에서 나오고 있다. 제시카 알바는 매장부터 차려야 한다는 주변 의견을 듣지 않고, 온라인 쇼핑몰을 고집했다. ‘성공하기 위해선 기존과 다른 혁신적인 방식이 필수’라는 사업 철학 때문이었다.
예상은 적중했다. 유아용품을 필요로 하는 고객은 대부분 이제 막 엄마가 된 젊은 여성들이다. 집에서 아이를 돌보느라 바깥 쇼핑이 자유롭지 않은 젊은 엄마들은 온라인 구매를 선호했다.
제시카 알바는 온라인으로 신청만 하면 주문자가 필요로 하는 제품만 세트로 묶어 한 달에 한 번씩 집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도 실시했다. 주문 제작과 직접 판매 방식으로 공급하기 때문에 사업 손실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주부들은 크게 호응했고, 어니스트 컴퍼니는 지난해 8월, 미국과 캐나다의 대형 아울렛 매장에 입점하는 성과를 거뒀다.
▶독성제품 판치는 시장, 화학물질 홀로 연구=제시카 알바가 처음 사업을 구상한 건 2008년 큰 딸을 낳았을 때다. 각종 육아용품이 시장에 쏟아져 나왔지만 마음에 드는 건 없었다. 딸을 위해 깨끗하고 안전한 가정환경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던 제시카 알바는 독성 화학물질이 포함된 기저귀를 보면서 좌절했다. 본인도 어린 시절 천식과 강박신경증으로 고생했다. 이 경험이 제시카 알바가 직접 회사 설립에 나선 계기가 됐다. 공부부터 시작했다. 새벽 4시까지 일일이 인터넷과 책을 찾아가며 화학물질에 대해 연구했다. 제조과정을 공부하고, 생활용품 업계 전반을 이해하는 데 3년이라는 시간을 쏟아 부었다. 기존 친환경 육아용품들을 조사해 유독성 물질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주변에서 미쳤다고 할 정도로 연구조사에 매달렸다.
▶‘연예인 출신’ 꼬리표 무색, 매일 사무실 출근=할리우드 톱스타인 만큼 이름만 빌려주고 돈을 벌 수도 있었지만 제시카 알바는 창업 초기부터 사업 전반을 챙기며 회사를 이끌고 있다. 현재 그녀의 재산은 2억 달러(약 2180억원)다.
창업 전 사람을 모으는 것도 제시카 알바의 몫이었다. 3년 간 사업 파트너를 찾아 다닌 끝에 변호사 출신의 한국계 미국인 브라이언 리와 ‘건강한 아이, 건강한 세계’의 저자 크리스토퍼 개비건을 각각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제품책임자(CPO)로 영입해 공동 창업했다.
그녀는 직접 제품 개념을 잡고, 디자인과 제품 포장 그리고 마케팅 업무까지 총괄한다. 스스로를 ‘마이크로매니저(세세한 것까지 챙기는 관리자)’라고 말한다. 사무실 벽에 그림을 거는 것부터 전산망 작업과 박스를 포장하는 것까지 일일이 확인할 정도다.
▶‘정직한 경영’, ‘착한 기업’ 표방=‘정직한(Honest) 기업’이라는 사명 그대로 제시카 알바는 엄마 블로거들과 수시로 소통하며 이들의 의견을 제품에 반영하고 있다. 제품의 용기도 투명하게 제작해 내용물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했다.
제시카 알바는 ‘건강한 아이 건강한 세계’, 아동보호기금 등 여러 비영리 아동단체들을 후원한다. 빈곤 가정에 유아용품과 옷을 제공해주는 ‘Baby2Baby.org’의 이사도 맡고 있다. 어니스트 컴퍼니의 수익 일부와 남은 제품들도 바로 여기에 전달되고 있다.
미국의 신발업체 ‘탐스 슈즈’나 안경제조사 ‘와비 파커’처럼, 고객이 어니스트 컴퍼니의 제품을 구입하면 같은 제품을 영유아 보호 기관에 전달하는 기부방식을 채택해 실시하고 있다. 사업 수익도 친환경 무독성 원료 개발에 투자하고 있으며 제품 생산공장은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로 돌아간다.
영화 제작자 캐시 워런(36)과 결혼해 7살, 5살 두 딸을 키우고 있는 그녀는 “어니스트 컴퍼니는 아이가 아닌 부모를 위한 회사”라고 말한다. 자녀의 건강을 걱정하는 엄마들이 믿고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제 어니스트 컴퍼니는 북미를 넘어 영국과 호주, 중국 시장 진출을 계획하는 등 글로벌 브랜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아내와 엄마, 여배우에 회사까지 운영하는 ‘1인 4역의 바쁜 삶을 살고 있는 그녀가 바라는 또 한 가지는 앞으로 많은 여성들이 두려움을 떨쳐내고 여성들의 감성이 녹아든 제품을 만드는 데 나서는 것이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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