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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차-현대重 통상임금 판결가른 ‘15일’이 뭐길래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의 통상임금 판결을 가른 ‘15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통상임금 기준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엇갈리는 가운데 ‘15일’이 거의 유일한 차이이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혼란의 목소리가 비등하고 있다.

지난 12일 울산지법은 현대중공업 노조가 제기한 임금청구 소송에서 “정기상여금, 연말 상여금, 설·추석 상여금 등이 모두 고정적·정기적으로 지급됐기 때문에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며 “이를 기준으로 2009년 12월로 소급해 임금을 추가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그런데 지난달 서울지법은 현대차가 상여급 지급시 제한 규정을 두고 있어 설·추석 상여금뿐만 아니라 격월로 지급되던 상여금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두 소송에서 가장 큰 차이는 ‘15일’이라는 숫자다.

서울지법은 현대차 노사 단체협정에 ‘15일 미만 근무자에게는 지급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달려 있다는 이유로 상여금이 고정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현대차와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은 지난 1999년 현대차서비스와 합병 전부터 2개월 중 15일 이상 근무해야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었다. 이에 비교해 울산지법은 현대중공업 단체협정에 별도의 제한 규정이 없어 통상임금의 부합 요건(고정성, 일률성, 정기성)을 모두 충족시킨 것으로 봤다.

문제는 실제 노동 현장에서 15일 미만 근로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극소수에 적용되는 문구가 있고 없고에 따라 수 천 억원의 임금이 좌우되는 셈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결국 단체협정 고정성, 일률성, 정기성을 모두 충족시키는 조건이 있는 지, 아니면 하나라도 있는 지가 중요해 졌다”면서 “이런 식이면 각 사업장마다 단체협정 상 규정이 이들 조건을 충족시키는 지 일일이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울산지법이 현대중공업에 통상임금의 소급지급을 명령한 데에도 논란이 크다.

회사 측은 지난 해 영업손실이 3조원이 넘는 등 경영여건이 최악인데 대법원의 ‘신의칙 기준’을 너무 엄격하게 적용했다며 울상이다. 반면 노동계는 예전에 당연히 받았야 할 돈을 지금 어렵다고 안 받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현대중공업의 어려움이 현장 근로자 탓인지, 아니면 업황전망을 잘못하고 구조조정 타이밍을 놓친 경영진의 잘못인지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출범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박병원호(號)의 움직임은 더욱 무거워 질 전망이다. 통상임금과 관련된 법원 판결이 엇갈리면서 노사간 합의가 쉽지 않아졌고, 이에따라 근로시간단축과 정년연장 등 다른 현안들에 대한 논의도 교착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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