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나 백화점의 경우도 사전 예약 판매 뿐만 아니라 설 선물 본판매도 매출이 늘어 모처럼 명절 인심이 되살아나 활기를 띠고 있다. 실제 대형마트 설 선물 사전 예약판매 결과 이마트와 홈플러스의 경우 작년 설과 비교해 각각 58%, 56% 증가, 소비심리가 회복되는 조짐이다.
▶명절의 온기…꽁꽁 언 지갑을 녹이나=지난 7일 오후 잠실의 한 대형마트. 설 선물 판매 코너에 판촉 도우미들과 설 선물을 구매하려는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다. 매장 곳곳에 마련된 선물세트 배송 접수창구에도 직원들이 손님 주문을 받거나 한 켠에 쌓아 놓은 송장을 정리하느라 분주하다.
육류코너의 한 점원은 “최근 구제역과 AI 발병 등으로 축산물의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높고 품질에 대한 수요가 커짐에 따라 고객이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는 마트에서 구매하는 것 같다”며 “시중에서 판매되는 브랜드 한우세트보다 약 20%가량 저렴한 점도 인기의 한 요인인 것 같다”고 했다.
실제 롯데마트 설 선물 본판매 열흘 간 ‘소고기 선물세트’ 매출중 상대적으로 고가인 냉장 선물세트에서 ‘진심 한우 선물세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22.9%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로 인해 냉장 선물세트 매출 역시 작년보다 19.2% 늘었다.
이 뿐만 아니라 올 설에도 웰빙의 바람을 타고 홍삼 등 건강관련 선물세트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신도림의 한 대형마트에서 건강의 대명사인 홍삼제품 진열대엔 사람들이 북적였다.
부모님 설 선물을 사기 위해 마트를 찾은 이모(36) 씨는 “아무리 지갑이 빠뜻해도 설인데 부모님께 선물을 해드려야 하지 않냐”며 “올해는 담뱃값 인상에 13월의 세금폭탄 영향으로 고가의 홍삼을 선물해드리지는 못하지만 마트의 PB 홍삼으로 구입을 하려고 한다”고 했다.
건강 코너의 점원은 “아직 본격적인 설 선물판매가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벌써 고객들이 간간히 몰리고 있다”며 “설이 다가오면 올수록 건강관련 제품의 판매는 더욱 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꽁꽁 얼어붙는 날씨 속…재래시장도 설 특수 기대감↑=8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시장. 체감온도가 10도를 밑도는 강추위에 탓에 시장은 평소 주말 오후보다는 꽤 한산했다. 막 저녁 찬거리 준비를 위해 본격적으로 손님이 몰릴 시간이지만 수산, 청과가게와 분식점 등 드문드문 일찍 문을 닫았거나 아예 문을 열지 않은 곳도 보였다. 대형마트에서나 언뜻 보았던 ‘대폭 세일’, ‘할인’ 등의 문구가 눈에 띈다. 설 연휴가 열흘이 남아 아직까지 설 기운이 완연하지는 않은 상황. 엎친데 덮친격으로 날씨까지 얼어붙었지만,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객을 위해 목청을 높이는 상인들의 외침에 시장은 평소 못잖게 활기가 도는 모습이었다. “귤 20개에 3000원!”, “단감 하나에 1000원!”.
소쿠리에 귤을 가득담아도 3000원. 과일가게 상인 김모(39) 씨는 “원래는 15개에 3000원인데 20개로 깎은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작년보다 더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는게 설이 더 임박해야지 손님들이 몰리는데 아직은 때가 아니다. 과일장사는 설 연휴 문전이 제일 바쁘다”며 “(과일)가격이 저렴하니 (시장에)와서 많이 사가면 좋겠다”고 했다.
정육점 한 점원은 “설이 되면 손님이 확실히 많아지는데 아직은 좀 이르다”며 “그래도 작년보다는 나은 편인것 같다. 작년 설에는 조류독감파동 때문에 우육 찾는 사람까지 (덩달아)끊겼다”고 했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재래시장에서 설 차례상을 준비하면 할인마트에 비해 3만원 가량 저렴하다. 가격 조사 전문 기관 한국물가정보가 지난 4일 4인 가족 기준으로 차례상을 마련하는 데 드는 비용을 본 결과 재래시장에서는 약 21만3000원이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22만4000원에 비해 5%가량 낮아졌다. 반면 할인마트에서 이들 제수용품을 구매할 때 드는 비용은 약 24만7000원으로 재래시장에 비해 3만4000원(14%) 비쌌다.
손님들의 체감물가도 높지 않은 분위기다. 하지만 주머니 사정이 지난해보다 나아지지 않다 보니 ‘실속있는’ 설준비를 위해 재래시장을 이용할 것이란 이들도 많았다. 이 시장 근처에는 지하철 한 두 정거장을 사이에 두고 대형마트가 두 곳 있다. 성산동에 사는 고모(여ㆍ44) 씨는 “떡을 미리 좀 맞춰 놓으러 왔다. 올해는 연휴도 길고 손님도 많을 것 같아 떡을 좀 많이 뽑았다”며 “시장 주변에 주차도 편해져서 굳이 대형마트에 가지 않아도 된다. 이것저것 껴주고해서 마트보다는 시장이 훨씬 저렴하다”고 했다.
서교동에서 온 주부 김모(61) 씨는 “지난해와 설 예산을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채소도 그렇고 과일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가격이 싸서 예산 내에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지갑)사정이 안 좋아도 명절은 풍족하게 보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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