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헤럴드경제는 증세와 복지 논란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위기 해법 모색을 위해 긴급 좌담회를 가졌다. 참석자들은 지금 증세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복지 구조조정과 정부 지출에 대한 점검을 통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증세는 ‘최후의 카드’로 논의돼야 하며, 이 경우 법인세보다는 고소득자와 자영업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긴급 좌담회는 김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강호상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연구본부장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6일 본지 이해준 선임기자의 사회로 진행됐다.
6일 플라자호텔 비지니스센터에서 열린경제좌담회. 좌로부터 강호상 서강대 교수,김정식 연대 교수,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전무.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150206 |
-사회(이해준 헤럴드경제 선임기자)= ‘증세 없는 복지’ 논란과 관련해 증세와 복지 논란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백가쟁명’식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요. 먼저, 현재의 경제상황을 점검해 보고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고자 합니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연구본부장= 지난해 현대경제원구원이 2015년 경제성장률을 3.6%로 전망했는데 현재로서는 3%대 초반으로 봅니다. 이명박 정부의 치적으로 이야기한 수출이 위험으로 오고 있습니다. 수출이 5000억달러를 돌파하고 수입을 합한 무역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100%가 됐어요. 독일과 일본이 각각 70%, 40% 수준입니다. 이러다 보니 세계경제가 침체일 때 충격을 더 심하게 받게 됩니다. 내수도 어렵습니다. 가계부채가 늘어서 소비 여력이 위축되고 있습니다. 아직 디플레이션은 아니라고 봅니다만, 가계부채와 인구구조가 맞물리면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6일 플라자호텔 비지니스센터에서 열린경제좌담회. 좌로부터 강호상 서강대 교수,김정식 연대 교수,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전무.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150206 |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대외적 불안요인이 많습니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세계 경기는 침체국면으로 가게 됩니다. 전미경제학회는 올해 국제금융시장에서 큰 위험요인으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뜻하는 ‘그렉시트(Grexit)’를 꼽았습니다. 이렇게되면 리먼브라더스 사태 때 못지 않은 충격이 올 거란 전망도 있습니다. 대내적으로는 노후소득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소비가 급격히 줄고 투자도 줄어드는 악순환 구조입니다.
▶강호상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미국을 제외하고 다들 경제가 활력을 잃고 있어요. 그런데도 우리 경제정책 담당자들은 저성장 국면을 인식 못하고 있습니다. 2년전 우리 정부는 향후 5년간 세수 예측을 1298조원으로 내다봤습니다. 불과 2년밖에 안 지났는데 정부 스스로 1121조원으로 대폭 하향조정했어요. 기본적으로 법인세 수입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제대로 성장을 못하고 경제가 저성장 국면으로 가니까 법인세가 감소하죠. 법인세를 인상해서 당면한 문제 해결하겠다고 하지만 경기가 부진해서 법인세 안 걷히는 것입니다. 문제의 발단이 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게 중요해요.
6일 플라자호텔 비지니스센터에서 열린경제좌담회. 강호상 서강대 교수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150206 |
-사회=한국경제가 일본식 장기침체에 빠지느냐 구조개혁을 통해 성장의 전기를 마련하느냐 하는 중대한 국면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태에서 증세와 복지 논란이 이어지고 있어 걱정이 많습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한 본부장=법인세가 논란이 되는 배경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국가소득이 가계소득으로 별로 가지 않고 법인소득으로 많이 가기 때문입니다. 다른 이유는 법인은 투표권이 없다는 겁니다. 우리 조세 비중을 보면, 소득과세는 개인소득세가 적고 법인세가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구체적으로 총조세대비 비중의 경우 OECD 평균이 개인소득세 26%, 법인소득세가 8.4%인데 우리는 개인소득세 15.6%, 법인소득세 14%입니다. 자꾸 법인세로 몰고 가는데 증세 논의는 개인소득세 누진률 강화로 가야 합니다. 그런데 개인소득세는 ‘유리지갑’이니 뭐니 반발이 커서 말도 못 꺼내는 상황이죠.
6일 플라자호텔 비지니스센터에서 열린경제좌담회.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전무.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150206 |
▶김 교수= 지금 시점에서 증세는 신중해야 합니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정책 대응 방법은 굉장히 제한적입니다. 경상수지 흑자 폭이 크니 환율을 올리기도 어렵고 금리 낮추려니 가계부채가 많습니다. 재정지출과 구조조정밖에 방법이 없어요. 재정지출 하려니 세금 논쟁이 나오죠. 지금 상황에서 법인세든 뭐든 세금을 높였을 때 이익과 비용을 따져봐야 해요. 지금은 증세 상황이 아니고 우선 지출을 현명하게 해야 합니다.
▶강 교수=정부 발표로 2014년도 국가 채무가 514조원이고 GDP 대비 37%입니다. 2030년이 되면 1946조원으로 GDP 대비 58%를 차지할 걸로 봅니다. 정부가 이걸 방치한다는 것은 무책임한 거죠. 하지만 증세에는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습니다. 개인도 기업도 국가도 지출을 가만 놔두고 돈을 더 벌어서 해결하겠다는 식으로 파산을 면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6일 플라자호텔 비지니스센터에서 열린경제좌담회. 좌로부터 강호상 서강대 교수,김정식 연대 교수,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전무.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150206 |
-사회=현재와 같은 경제상황에서 증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사회안전망은 매우 취약한 실정이며 이를 확충해야 하는 것은 시대적 과제 아닌가요.
▶강 교수=복지 구조조정에서 지출 항목별로 경제 활성화에 도움 줄 수 있느냐 아니냐로 우선순위를 매겨야합니다. 예를 들어 무상급식하고 무상보육은 효과가 좀 다릅니다. 무상급식은 모든 학생이 공짜로 밥을 먹이자는 건데 경제 활성화에는 아무 도움이 안 되죠. 무상보육은 어린아이를 맡기면 여성들의 취업이 늘어나고 경제활성화 도움이 됩니다.
▶한 본부장=그런데 복지지출의 행정비용도 따져야 합니다. 누군 주고 누군 안 주고, 사람 선별하는 데만도 비용이 많이 들어가죠. 무상급식은 대상을 선별해도 큰 차이가 안 납니다. 또 가계 지출 부담이 줄면 소비여력도 생깁니다. 무상보육의 경우 당초 취지가 출산율을 높이고 여성을 사회 일터로 보내자는 거니까 취지를 잘 살려야 합니다. 다만 문분별하게 돈 쓰는 공공부문을 철저히 관리ㆍ감독해서 다른 쪽에서 지출을 효율화해야 합니다.
6일 플라자호텔 비지니스센터에서 열린경제좌담회. 김정식 연대 교수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150206 |
-사회=증세를 하지 않으면서 늘어나는 복지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방안이 있을까요?
▶김 교수=최후 수단으로서의 증세는 우선 큰 방향에서는 공제 혜택을 줄여가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또 어떤 식으로든 세금을 안 내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걷고 세원을 늘여야 합니다. 부가가치세는 신중히 접근해야 합니다. 부가세를 높이면 가격인상으로 전가되는데 경제에 악영향을 주게 됩니다. 또 제조업 비중이 높은 나라는 법인세를 쉽게 못 올립니다. 아직 우리 살 길은 제조업에 있습니다. 다만 소득세는 좀 다릅니다. 고소득층과 고소득 자영업자의 세율을 높이고 탈루를 막아 세원을 확충해야 합니다.
▶한 본부장=증세는 언젠가 해야겠죠. 하지만 가급적 늦추는 게 좋습니다. 복지 지출과 관련해서는 세 가지 원칙이 지켜져야 합니다. 첫째 선별적 복지, 둘째 낸 만큼 돌려받는 구조, 셋째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복지입니다.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해 재정지출 전반을 점검하면 복지 재원을 조달할 여력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법인세는 경쟁국에 비해 높은 편이며, 궁극적으로 개인소득세의 누진율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사회=정부도 곤혹스러울 것으로 보입니다만, 난국을 풀어가기 위한 조언을 해 주시죠.
▶강 교수=정책 담장자들이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으로 진입한다는 걸 심각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저성장 국면에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하면 일본의 20년을 그대로 답습할 수밖에 없어요. 보다 절실하게 느끼고, 이번에 복지 구조조정이냐 국가채무 문제에 대해 확실한 어젠다를 갖고 소통하고 설득해야 합니다.
▶한 본부장=정부는 미래 세대를 위한 확실한 정부안을 마련해 정치권과 싸워야 합니다. 논의를 정치권에 넘기고 정부는 욕을 안먹으려고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정부가 바람직한 안을 만들고 정치권을 설득하는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김 교수=고령화와 저성장 국면에 들어가면서 ‘남미형 위기’를 당할 수 있습니다. 결국 증세냐 복지수요를 줄이느냐는 문제인데 현재 상황에서 복지수요를 줄이는 데 초점을 둬야 합니다. 연금시스템을 확충해 젊은 층의 복지 수요를 줄여주는 방법도 있고, 선별적 복지로 과도한 지출을 막는 방법도 있습니다. 아울러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산업경쟁력을 높여야 합니다.
kihun@heraldcorp.com
사진=정희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