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허연회 기자]A(여ㆍ당시 만 31세) 씨는 지난 2011년 6월 ‘반흔절제성형술’을 받기 위해 B 병원을 방문했다.
B 병원측은 기관삽관하지 않고 자발호흡이 있는 상태에서 진행하는 감시마취관리 방식을 취해, 미다졸람, 케타민, 프로포폴을 정맥주사했고, 국소마취제인 메피바카인을 수술 부위에 주사로 투여했다.
프로포폴은 위 정맥주사 후 자동주사 펌프를 이용해 주입하다 오후 2시15분께 투입을 중단했다.
B 병원 측은 수술을 시행하면서 맥박산소계측기 및 심전도를 부착했고, 산소포화도가 90% 이하로 저하될 경우 알람이 울리도록 조정했다. 이후 오후 2시20분께 맥박산소계측기의 산소포화도가 96%에서 0으로 떨어지면서 A 씨에게 호흡 및 심정지가 발생했다.
B 병원 측은 A 씨의 기도를 확보하고 앰부배깅, 심장마사지 등의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후 기관삽관을 시도했지만 A 씨의 편도선이 부어 실패했다. 이후 2시26분께 119 구급대를 호출해 같은 건물 내에서 있는 다른 성형외과 전문의를 불러 기관삽관을 시도했지만 이 역시 실패했다.
이후 아트로핀, 에피네프린 등의 강심제를 투여했고, 기도를 확보한 상태에서 산소공급을 지속했다. 오후 2시35분께 119 구급대원이 도착해 제세동을 2차례 시행했고, 심폐소생술을 지속한 상태에서 오후2시40분께 타병원 응급실로 전원조치했다.
이 사건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병원은 프로포폴을 이용한 마취의 경우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이 사건과 같이 전신마취의 일종으로 볼 수 있는 감시진정관리 방식의 마취 중에는 혈압, 맥박을 측정하고, 심전도를 이용해 심리듬과 심박수를 관찰해야 하고, 환자가 자발적 호흡을 할 경우에는 항상 흉곽의 움직임, 호흡음 등을 관찰해 호흡의 충분한 정도를 확인해야 하고 그 변화를 5분 간격으로 기록함이 원칙인데, A 병원측은 정확성이 다소 떨어져 보조감시장치로 사용하는 맥박산소계측기만을 A 씨에게 부착했고, 수술 중 혈압, 심박수, 특히 호흡수를 제대로 체크하고 이를 관리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비마취과 전문의도 합병증 발생 및 치료를 숙지하고 프로포폴을 사용할 수 있고 이 사건 수술 부위가 인중으로 자연스럽게 호흡상태를 체크했다 하더라도, 피고인 A 병원의 의사는 집도의로서 자연스럽게 이 사건 수술 부위에 집중하게 되므로 A 씨의 호흡 및 순환상태를 제대로 관찰, 관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국 법원은 병원측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성상철)은 지난 1월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민사36단독, 판사 허경무)이 의료사고에 대한 구상금 소송에서 환자가 프로포폴 마취하에 안면성형수술을 받던 중 호흡정지 및 심정지가 발생해 중증의 인지 및 언어장애(3세정도의 유아 수준), 실명에 가까운 시력 장애를 입은 사건에 대해 병원에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마취전문 의사가 없는 상태로 수술집도의가 단독으로 수술 및 마취를 함께 담당하면서 환자감시 및 마취관리에 소홀했고, 심정지 후 적기에 적절한 응급처치가 이루어지지 못해 환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저산소성 뇌손상이 초래한 책임을 인정해 수술의사의 과실을 70%로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의료기관에 대해 마취과 의사 또는 환자상태를 감시할 전담 의료인력이 없이 수술 중 발생한 의료사고에서 의료기관의 책임을 명시적으로 인정함으로써, 그동안 주의의무를 소홀히 해온 병원의 관행에 대해 제동을 걸고 손해배상책임의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판례다.
특히 최근 외국인의 성형관광 급증 등 성형수술의 붐을 타고 충분한 의료인력이나, 제세동기 같은 필수 응급처치를 갖추지 못한 소규모의 1차의료기관에서 수술집도의가 수술과 마취를 동시에 무리하게 진행하다가 발생한 유사한 중대 의료사고가 증가하고 있는 시점에 중요한 판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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