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성부른 떡잎에 누가 물을 먼저 주느냐. 그것이 관건이다.”
스타트업과 투자자가 갑을관계인 시대는 지났다.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창업 초기기업)이 그만큼 ‘귀한 몸’으로 대우를 받는 시대가 됐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큰 손’ 엔젤투자자들이 잠재력 있는 스타트업을 찾아 투자하는 속도가 최근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IT 스타트업 옥석을 가리는 속도전이 시작된 것이다.
특히 지난 몇 년사이 투자 이후 급성장하는 스타트업의 사례가 속속 생겨나면서 투자자들의 러브콜은 더욱 경쟁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급속도로 변화하는 ICT(정보통신기술) 분야의 특성 상, 발빠른 투자 결정이 스타트업 비즈니스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점도 한 요인이다.
정부의 창조경제 기치와 민간의 상생 모드으로 인해 스타트업 시장으로 유입되는 투자금이 과거보다 눈에 띄게 늘어난 점도 투자자들이 스타트업 투자에 속도를 내는 이유다.
현재 정부 차원으로는 ‘글로벌 K-스타트업 프로그램’, ‘TIPS(팁스) 프로그램’, ‘하이테크 창업 캠퍼스’ 등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이 있다. SK텔레콤 등 민간 기업을 주축으로 한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도 스타트업의 파트너를 자처하고 나섰다. 이 밖에도 케이큐브벤처스,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등이 스타트업 투자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벤처 버블로 귀결됐던 과거처럼 ‘묻지마 투자’를 하는 시대는 지났다. 꼼꼼히 분석한 결과 투자 후보군에 오르는 매력적인 스타트업은 결국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빠른 판단과 한 발 앞선 투자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을 염두하는 IT 스타트업들의 특성상, 가능성 있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규모도 과거보다 커졌다. 몇 백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 소식이 심심찮게 들리는 이유다.
직장 평가 플랫폼 스타트업인 ‘잡플래닛’은 올 초 퀄컴벤처스, 알토스벤처스, 본엔젤스 등으로부터 90억원의 추가 투자를 받아 창업 1년만에 총 113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배달앱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11월 골드만삭스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으로부터 400억원(약 36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벤처캐피탈(VC) 한 관계자는 “자금유입은 많아졌으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정작 ‘투자할만한 곳이 없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때문에 될성부른 떡잎에 해당하는 스타트업에 대규모 자금이 몰리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황유진 기자/ hyjgog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