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육아·일 완벽한 ‘슈퍼맘’은 상상의 영역
자산 많아도 자녀와 송사 등 얽혀 구설수 ‘골치’
월마트家 월튼 자산 414억弗…부자엄마 1위에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윤현종 기자] 순자산 10억달러 이상을 지닌 여성 빌리어네어 수는 유난히 적다. 그중에서도 자녀를 둔 ‘억만장자 엄마’의 수는 적다 못해 희귀(?)할 정도다. 미국 통계청의 실시간 추계에 따르면 3일 현재 전세계 인구 약 72억5300여만명 중 여성은 36억128만여명(49.6%)이다. 이 가운데 ‘엄마 빌리어네어’는 108명(포브스 집계ㆍ2013년 기준)이다. 세계 여성 인구의 0.00000003%다.
그런데 엄마의 삶은 ‘부자’ 꼬리표를 달아도 그리 순탄치 않은 것 같다. 초고액 자산가의 모습이 아직 남자 혹은 아버지란 모델로 한정된 탓이다. 가사ㆍ육아ㆍ일을 모두 거뜬히 해내는 슈퍼맘은 부호에게도 ‘상상의 영역’일 뿐이다.
▶부자엄마, 돈도 적고(?) 자수성가도 드물어=글로벌 빌리어네어맘 상위 10명이 가진 돈은 3일 현재 2041억 달러다. 반면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 등 세계 1∼10위 ‘아빠 부호’의 순자산 합계는 5319억달러다. 이는 남성 대비 38%로 절반에 못 미치는 규모다.
이들 억만장자 엄마 10명은 모두 자산의 대부분을 남편 혹은 부모에게 물려받아서다.
그 가운데 미국 월마트 창업주 가문의 크리스티 월튼(60)은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엄마다. 3일 현재 개인 자산은 414억달러다. 그는 월마트 창업주인 샘 월튼의 둘째 며느리로, 남편 존 T 월튼이 2005년 사망한 후 유산을 넘겨받았다. 자녀 1명을 두고 있다.
2위는 흔히 ‘로레알 상속녀’로 불리는 프랑스의 릴리안 베탕쿠르(92)다. 딸 하나를 둔 그는 선친으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큰 화장품 회사 로레알그룹을 물려받았다. 개인 순자산은 394억달러다.
‘초콜릿 왕국’을 물려받은 마스그룹 상속녀 재클린 마스(75)는 베탕쿠르의 뒤를 잇고 있다. ‘M&Ms’ 등 초콜릿으로 유명한 마스그룹의 부(富)를 두 형제와 함께 승계한 그의 자산은 227억달러다. 자녀는 3명이다.
고(故) 스티브잡스 애플 창업주의 미망인 로렌 파월 잡스(51)도 손꼽히는 억만장자 엄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나면서 유산을 상속받았다. 애플과 함께 월트디즈니사의 대주주 자리도 같이 물려받은 그의 개인자산은 현재 174억달러다. 자녀 3명을 두고 있다.
이들 4명을 포함한 부자엄마 10명은 최근 5년간 자산 648억달러가 늘었다. 46%의 증가세다. 반면 같은 기간 ‘아빠부자’ 상위 10명은 2189억달러를 늘렸다. 자산 증식속도는 70%에 달한다.
물론 스스로 돈을 번 부자엄마들도 있다. 그러나 매우 드물다. 지난해 포브스 기준 빌리어네어 1645명 중 자수성가 여성부호를 모두 합쳐도 32명(1.9%)이다. 이 가운데 아이를 둔 엄마 수는 더 적다.
자산 규모도 ‘상속녀’에 비해 미미하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패션 브랜드 ‘토리버치’ 창립자인 토리버치(48) 등 주요 자수성가 부자엄마 5명의 개인자산 합계는 129억달러다. 그나마 이들 대부분은 2010년 이후에야 빌리어네어 반열에 올랐다.
▶바람 잘 날 없는 ‘엄마의 삶’=이렇듯 상속이든 자수성가든 여성이 천문학적인 자산을 손에 쥐는 건 쉽지 않다. 왜일까. 남성 위주의 사회분위기는 주된 이유 중 하나다. ‘리치맘’의 행보가 작은 것 하나까지 불필요한 구설수에 오르는 이유다. 그만큼 부자엄마의 삶이 평탄치 않단 의미다. 대표적인 게 자녀와 얽힌 송사(訟事)다.
호주 최대의 여성부호이자 광산재벌(개인자산 117억달러)로 꼽히는 지나 라인하트(61) 핸콕 프로스펙팅 회장의 경우 수십억 달러 규모의 가족신탁기금 관리권을 둘러싼 법정공방에 휘말린 바 있다.
이 기금은 라인하트의 아버지이자 창업주인 고(故) 랭 핸콕이 손자ㆍ손녀를 위해 마련한 일종의 ‘유산’이었다. 할아버지 핸콕은 2011년 9월부터 회사 지분 25%를 손주 4명이 갖도록 가족 신탁을 만들었다.
그러나 라인하트는 자녀들의 지분소유 시점을 50년 이상 연장했다. 그의 아들ㆍ딸 등은 이에 반발해 어머니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결국 2013년 10월 라인하트는 가족신탁 관리에서 손을 뗐다.
릴리안 베탕크루도 자식과의 법정공방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10년 베탕크루의 외동딸 프랑수아즈 베탕쿠르 메이예(61)는 어머니가 치매를 앓던 중 25세 연하 남자친구에게 10억 유로(11억3000만달러) 상당의 선물을 하는 등 재산을 탕진한다고 주장하며 어머니의 재산관리권을 제한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결국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92세의 노모는 재산에 마음대로 손을 댈 수 없는 처지가 됐다.
현재 베탕크루의 법적 재산 관리자와 신변 후견인은 각각 프랑수아즈(딸)와 그의 아들이 맡고 있다.
상속녀들만 자식문제로 구설수에 오르는 건 아니다. 대표적인 자수성가 부자 엄마 중 하나로 꼽히는 맥 휘트먼(58) HP 회장은 이베이 CEO 시절이던 2006년 그의 큰아들 그리피스 루더홀드(당시 21세)가 폭행혐의로 경찰에 체포돼 곤욕을 치렀다. 결국 휘트먼은 보석금 2만5000달러를 내고 이를 무마해야 했다.
이는 비단 휘트먼만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자수성가 부자엄마들은 일과 육아를 같이 잘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공감하고 있다.
현재 34억달러의 자산가가 된 ABC 서플라이 체인의 다이엔 헨드릭스(67) 공동창업자는 “정상에 오르려면 엄청난 공을 들여야 한다”며 “그러나 가족을 돌보는 일은 아직도 여성 몫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여성은 남성보다 일찍 지친다”고 털어놨다.
이런 환경을 감안해 가족사를 아예 공개하지 않는 리치맘도 있다. 전 남편의 자녀를 포함, 아이 6명을 키우고 있는 토리버치는 최근 한 공개석상에서 “내 아이들은 건드리지 않았으면 한다. 사생활은 접근금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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