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효성은 남다른 인연이 있습니다. 삼성은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과 조홍제 효성그룹 회장이 1948년 자본금 1000만원으로 삼성물산공사를 같이 설립했습니다. 1962년까지 동업관계를 이어오다 이후 각자의 길을 걸었습니다. 15년 가량 한 배를 탄 셈이지요.
창업은 부를 일구는 출발점입니다. 혼자 또는 같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국내 대기업들 중에도 삼성과 효성처럼 출발을 같이한 이들이 많습니다. 60여년 전 ‘구씨-허씨의 동업’에서 시작해 이제 LGㆍGSㆍLS 세그룹으로 나눠진 LG도 그렇습니다. 재밌는 것은 효성을 중심으로 한 삼성과 LG와의 묘한 관계입니다. 효성이 창업세대에는 삼성과 같이 했다면 3세에는 LG와 손잡은 모습이 눈에 띄기 때문입니다.
구본호 씨(왼쪽)와 조현준 효성 사장 |
범LG가 3세인 구본호 씨가 주인공입니다. 구본호 씨는 최근 조현준 효성 사장과 함께 정보기술(IT)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구 씨는 LG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의 동생인 구정회 씨의 손자입니다. 구본무 현 LG그룹 회장의 6촌 동생이기도 합니다. 조 사장은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장남이지요. 두사람은 재계 3세로서 평소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단순 친분관계를 넘어 사업에서도 의기투합 한 셈이지요.
구 씨는 지난달 말 효성그룹 계열 전자결제 전문업체인 갤럭시아컴즈 지분(14.5%)을 165억원에 인수했습니다. 구 씨는 조 사장(35.02%), 효성ITX(18.64%)에 이어 이 회사의 3대주주가 됐습니다. 갤럭시아컴즈는 조현준 사장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입니다. 보통 지분인수는 사업에 대한 서로의 믿음이자 같이하겠다는 의지의 피력이지요. 그만큼 책임도 같이 지니까요
주식시장에서도 기대감때문인 지 갤럭시아컴즈가 연이어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구 씨와 조 사장은 앞으로 공동으로 4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구 씨가 효성과 같이 할 자금은 LG에서 나왔습니다. 바로 구씨가 어머니인 조원희 회장과 함께 보유한 범한판토스 지분 97% 가운데 82.1%를 LG상사와 LG가 우호주주에게 팔았기 때문입니다. 금액은 5066억원에 이릅니다. 자금을 확보하고 파트너로 조현준 효성 사장을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조 사장은 효성 전략본부장으로 효성에서 섬유, 정보통신 사업을 주도 하고 있습니다. IT 등 신사업에 대한 관심도 많다고 합니다.
갤럭시아컴즈는 전자상거래, 모바일마케팅 등을 주력 사업으로 하는 전자결제 솔루션 업체입니다. 조 사장도 효성의 신사업으로 IT쪽으로 확대를 꾀하고 있고, 구 씨도 자금력을 통해 뭔가 투자대상을 찾고 있었던 만큼 서로의 궁합이 맞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첫번째 투자는 게임업체였습니다. 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즈는 지난 5일 구본호씨, 효성ITX와 함께 게임업체 액션스퀘어 주식 5.21%(120억원 상당)를 매입했습니다. 액션스퀘어는 '블레이드'를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업체로 올해 상장을 추진 중입니다. 갤럭시아컴즈와 구씨, 효성ITX는 액션스퀘어 주식을 추가 매입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도 합니다.
IT쪽으로 인연이 이어진다면 LG전자 등 LG의 전자 계열사와의 직간접적인 사업전개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면 삼성과 효성, LG는 솥바위 인연으로도 많이 회자됐습니다. 바로 경상남도 의령군의 남강에 있는 ‘솥바위(鼎巖ㆍ정암)’라고 불리는 이 바위를 중심으로 약 20리(8㎞)안에서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 LG그룹 구인회 회장, 효성그룹 조홍제 회장이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창업주때는 삼성과, 3세 때는 LG와 이어진 효성의 인연이 어떤 효과를 낼 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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