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티 바치아나 그리스 퍼스트 레이디. (사진=데일리메일) |
베티 바치아나는 현존하는 유일한 ‘퍼스트 걸프렌드’다. 지난 26일 신임된 그리스 총리 알렉시스 치프라스(Alexis Tsipras)와 퍼스트 레이디 페리스테라 베티 바치아나(Peristera Betty Batziana)는 법적으로 혼인 관계가 아니다. 10대에 만나 지난 30년 동안 연인 관계를 유지해온 이들은 사이에 두 아들까지 뒀지만 서류상 ’부부‘로 묶여있지 않다. 결혼 제도를 불신해 ‘동반자(partner)’로 남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리스의 체 게바라’로 불리는 치프라스보다도 더 급진적인 사회활동으로 유명한 바치아나는 애칭이 ‘베티’로 불릴 만큼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전 동반자. (사진=게티이미지) |
‘퍼스트 걸프렌드’라는 호칭을 처음 만든 사람은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전 동거녀인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Valérie Trierweiler)였다. 둘은 2005년부터 약 9년 간 사실혼 관계였다. 올랑드가 대통령에 취임한 2012년 5월,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 궁에 함께 입성해 프랑스 영부인이 됐다. ‘퍼스트 걸프렌드’는 이 때 생겨난 말이다. 한 미국 매체가 법적 혼인 관계가 아닌 발레리를 지칭하는 말로 처음 사용했다. 주간지 파리마치(Paris Match)의 기자인 발레리는 당시 “퍼스트 레이디가 돼서도 일을 그만두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실제로 엘리제궁에서 직장으로 출퇴근하며 전 남편 사이에서 낳은 세 아이를 부양했다.
그가 엘리제 궁에 거주한 기간은 약 2년. 올랑드 대통령과 여배우 줄리 가예의 열애가 밝혀지기 전까지 머물렀다. 결별 후 발간한 도서 '이순간에 감사합니다(Merci Pour Ce Moment)'는 올랑드와 함께한 9년, 특히 대통령관저에서 생활한 2년간의 회고록으로, 출간 첫주에 20만부가 팔렸다. 책은 최근 영화로 제작 결정된 바 있다.
자쇼다벤 모디 인도 퍼스트 레이디. (출처=사티얌위클리) |
이와 반대로 퍼스트 레이디를 ‘퍼스트 레이디’라 부르지 못하는 이도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부인인 자쇼다벤 모디는 단 한번도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그와 함께 살고 있지도 않다. 모디 총리가 출세를 위해 47년간 독신 행세를 했기 때문이다. 부인과 따로 살며 국가에 헌신하는 모습이 청렴하고 이상적인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다는 이유다.
결혼 배경도 한몫 했다. 어린 시절 정혼자였던 모디 부부는 10대 후반에 혼인식을 올렸다. 인도에서 조혼은 관습처럼 행해지지만 엄연히 불법이다. 큰 야망을 품었던 모디에게 부담이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인도 구자라트주(州)의 단칸방에 살고 있는 자쇼다벤 모디는 지금도 매일 아침 남편을 위해 기도하며 그의 부름을 기다리고 있다.
미셸 오바마 미국 퍼스트 레이디. (사진=게티이미지) |
과감히 사회 참여적 언행을 하는 퍼스트 레이디도 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가 대표적이다. 지난 23일 타계한 사우디 국왕의 영결식에 방문한 그의 옷차림으로 논란이 일었다. 바지 복장에 머리에는 아무것도 덮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슬람 국가인 사우디에서 여성은 몸매가 드러나지 않도록 품이 큰 치마를 입고 머리에는 히잡을 쓰는 것이 원칙이다.
사진이 공개되자 트위터에 “미셸 오바바가 무례했다”는 글이 천 개 이상 올라갔다. 비난을 충분히 예상했으리라는 분석과 함께, 여성의 지위가 억압된 사우디의 여권 신장을 위한 의도적 행동이란 추측이다.
카를라 브루니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 부인. (사진=게티이미지) |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의 부인 카를라 브루니(Carla Bruni)도 거침없는 여성인권 발언으로 유명하다. 모델 겸 가수였던 그는 2007년 2월 주간지 ‘피가로 마담’과의 인터뷰에서 “일부일처제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남녀 사이에선 보통 어린 여자가 먹잇감이 되기 십상”이라며 “일처다부제는 여성의 지위를 주체적인 자리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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