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바람을 탄 일본 조선업은 한국을 넘보고 있다. 일본 조선업체들이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수주경쟁에 뛰어들어 수익을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1일 국제 해운·조선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2014년 한국, 중국, 일본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29.70%, 38.60%, 19.70%이다. 3개국 중 시장점유율이 늘어난 곳은 일본이 유일하다. 일본의 점유율은 전년과 비교해 2.30%포인트 늘어났다. 한국 조선업체의시장 점유율이 매년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한국이 주름잡던 조선시장은 이미 한ㆍ중ㆍ일 3강체제로 바뀌었다.
이는 일본 조선업이 부활의 신호탄을 쏜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 조선업체들은 과거 높은 인건비에 엔고까지 겹쳐 한국과 중국의 수주경쟁에서 늘 뒤처졌다. 그러나 최근 일본 조선사들은 엔화 약세와 원화 강세에 기반해 한국 조선사들과의 선가 격차를 줄이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일반 상선과 액화천연가스(LNG)선 등에서 수주 영역이 겹치는 한국 조선사들이 엔저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일본 업체로 인해 악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쓰이조선,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조선업체들은 대규모 신규 설비 투자에도 나섰다. 부가가치가 큰 LNG선과 유람선 등이 대상이다. 현대중공업 등 국내 조선업체들이 감원 등 구조조정으로 몸집을 줄이는 것과 사뭇 다르다.
호황을 맞은 반도체업계에도 위기감이 감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일본의 도시바를 꺾고 반도체 시장의 중심에 섰으나 안심할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주요 반도체 생산설비는 일본산이 차지한 가운데 재기움직임이 뚜렷해졌다는 이유에서다.
일본 반도체산업은 한국과 대만에 밀려 와해 직전까지 내몰렸다. 분위기는 지난해부터 달라졌다. 도시바, 르네사스, 소니, 후지쯔 세미컨덕터 등이 투자를 늘리면서 전열을 재정비한 것이다. 도시바의 경우 스마트폰 주요 부품인 낸드플래시 반도체 시장서 1위 삼성전자를 추격하기 위해 3년동안 7조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도시바의 2014년 매출이 전년대비 2.8% 성장하면서 세계시장점유율 6위를 기록했다. 일본 언론은 지난해 일본 반도체시장이 전년대비 7% 가량 성장한데 이어 2016년까지 성장추세를 이어갈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시장에서 일본산 제품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전통적으로 일본산이 강점을 가진 카메라, 노트북 등 IT기기의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온라인쇼핑몰 옥션에 따르면 최근 한 달동안 니콘의 디지털일안반사식카메라(DSLR)와 소니 미러리스 카메라의 판매량은 전년대비 각각 40%, 145% 증가했다. 한국산에 밀리던 도시바와 소니 노트북도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15%씩 판매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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