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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김석동]한민족의 역사무대, 황해의 산둥반도
산둥(山東)반도는 중국화북평원의 동쪽에서 동해를 면한 반도로 랴오둥(遼東)반도와 마주보면서 발해만을 감싸고 있다. 일대는 중국23개성의 하나인 산둥성이 위치하고 있고 면적은 15만7천㎢로 중국 전체의 1.6%에 불과하나, 황하하류의 넓은 평야지역으로 인구는 9천7백만 명이나 살고 있고 GDP도 중국내에서 세 번째로 높은 성이다. 이곳의 성도는 지난(濟南)이며 칭다오, 웨이하이, 옌타이 등 우리에게 낯익은 항구가 위치하고 있다. 산둥반도 동쪽 끝의 룽청(영성)은 서울과 비슷한 위도로 거리가 370㎞에 불과해서 ‘영성의 닭 울음소리가 서해안까지 들린다’ 는 옛말이 있다.

이곳은 중국 대륙의 동이(東夷)문명의 발상지로 신석기시대의 다원커우(大汶口)문화(BC4300~BC2600),룽산(龍山)문화 (BC2800~BC2000)로 이어지면서 동북아와 중국문명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동이인들은 산둥반도를 비롯한 중국동쪽지역에 거주하면서 한족과 동서로 대립했고 그들이 세운 상(商)나라는 BC1600~1046년 중원을 지배했고, 산둥반도는 래이(萊夷)등 이후에도 오랫동안 동이인의 활동무대가 되어 왔다.

이후 춘추·전국시대를 거치면서 제(濟)·노(魯)등의 나라가 이곳을 지배했다. 이 시기에 공자(孔子), 묵자(墨子), 맹자(孟子), 손자(孫子) 등 걸출한 인물들이 여기서 등장했다. 진·한(秦·漢) 통일시대와 삼국시대(魏)를 지나 오호십육국시대에 들어 다시 북방 기마민족의 땅이 되었고, 이어 선비족의 북위가 이곳을 지배하면서 남북조시대가 전개된다. 지배계층이 선비계인 수·당 시대를 거쳐 宋이 다시 중국을 통일하지만 12세기 초 여진족의 金에 화북지역 전체를 빼앗긴다. 이후 13세기에 몽골의 元이 차지했다가 14세기에 한족의 明이 들어서나 17세기에서 20세기까지 다시 북방민족인 여진족의 淸이 지배한 땅이다.

이렇게 산둥반도는 역사적으로 북방기마민족과는 끊을 수 없는 오랜 연을 가진 땅이며 우리 민족의 삶의 흐름과 역사와도 깊은 관계가 있다. 배달국의 황제로 일컬어지는 치우의 세력은 북방에서 남하하여 산둥지역 룽산문화의 주역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탁록대전의 시기가 BC2600년경 이다. 고조선도 만주와 발해만 북부의 요동·요서지역을 장악하고 일찍부터 해양문화를 발달시켜 왔으며 고조선과 중국동부지역의 동이인들은 일찍부터 황해 해양문화의 주역이었다 한다. 이렇게 산둥반도 일대는 고대로부터 한민족의 활발한 활동무대였음은 물론 이후에도 우리 역사와 연결된다.

660년 당나라 소정방이 군사 13만을 이끌고 백제를 침략한 루트는 산둥반도 동쪽 끝 성산 앞바다에서 금강하구 덕적도에 이르는 해로였고, 645년부터 3차에 걸친 고구려-당 전쟁때에도 당 수군이 산둥반도에서 출발했다. 한편 신라와 당나라의 교역이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산둥반도를 비롯한 중국 동해안 지역에는 신라 사람들의 집단 거주지역으로 신라방·신라촌·신라소 등이 설치되었다.

중국동해안지역의 기반을 토대로 불세출의 개척자 장보고는 청해진(완도)을 거점으로 산둥반도와 기타큐슈를 연결, 한-중-일 해상무역을 장악하는 해상왕이 되었다. 법화원은 산둥반도 영성에 장보고가 지은 절이다.

현대에 들어 산둥지역과 우리의 관계가 눈에 띄게 활발해지고 있다. 중국은 한국의 제1위 투자국이고 산둥성은 한국기업이 중국에서 가장 많이 진출한 지역이다. 이 지역 누적 투자액은 92억불로 총 중국 투자액의 사분의 일에 달하며 약 7700개의 한국기업(누계·신규법인)이 진출해 있다. 한국과의 교역규모는 328억불로 우리나라 10대 교역국 수준이며, 교민도 8만8천명에 달한다. 산둥지역은 지리적으로 한국에서 가장 가깝고 경제적으로 상호보완 효과가 클 뿐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가깝다는 점이 작용했을 것이다.

한민족은 고대로부터 드넓은 땅에서 기마민족의 DNA를 자랑했다. 현대사에서도 이를 바탕으로 기적을 이루었고, 미래에도 한민족의 역사는 국경 없는 세계무대에서 전개 될 것이다. 산둥지역도 그 땅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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