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세금문제는 폭발성이 커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도는 물론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에도 타격을 입힐 수 있지만 국민적 분노를 가라앉힐 묘수를 찾기는 어려운 상태다.
경제전문가들은 이번 연말정산 파문이 ‘증세없는 복지’를 표방한 현 정부의 기본 방침이 유발한 자충수의 성격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 세수 확충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무리한 재정지출과 복지확대로 곳간(재정)은 비어가는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세수확충이 용이한 근로소득자들을 대상으로 ‘우회증세’를 도모하다 국민들의 강력한 조세저항에 부닥치게 된 꼴이라는 지적이다.
정부의 재정적자는 박근혜 정부 들어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2012년 2조8000억원 적자이던 것이 2013년엔 8조5000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는 11조원이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예산안을 확장적으로 편성한 올해도 적자가 불가피하다.
재정 여건은 개선될 여지가 별로 없다. 경기침체로 투자와 소비가 위축된 가운데, 비중이 큰 법인세와 관세가 잘 걷히지 않는다. 올 1~11월 예산대비 국세수입 진도율을 보면 소득세 진도율은 90.2%로 전년동기대비 1.2%포인트 높아졌지만, 관세 진도율이 73.1%로 전년보다 19.7%포인트 떨어진 것을 비롯해 법인세(-3.3%포인트)와 부가세(-2.5%포인트) 진도율도 아주 부진하다.
정부는 ‘증세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서민들이 주로 소비하는 담뱃세를 대폭 올린데다 이번 연말정산 파문으로 근로소득세를 사실상 인상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분노가 치솟고 있는 것이다. 이번 파문을 둘러싸고 저소득층과 월급쟁이들을 대상으로 한 ‘꼼수 증세’ ‘우회 증세’라는 논란이 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소득 정도에 관계없이 모든 소비자들에게 같은 세금을 부과하는 담뱃세의 경우 대표적으로 역진적(소득이 적을수록 부담이 큰 구조)인 세금으로, 불만의 근저에 자리잡고 있다.
그렇다고 이번 연말정산 파문에 따라 각종 항목에 대한 공제율을 줄줄이 높일 경우 당초 세제개편 취지가 훼손되고 근로소득세 체계가 누더기가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세수는 더 줄어들게 된다. 연말정산 방식을 과거의 소득공제로 되돌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전문가들은 증세없이 복지 등 재정지출을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기본 방침이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증세 없는 복지’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이에 대한 재검토가 없는 한 최경환호의 진퇴양난 처지는 더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지금과 같은 논란이 지속될 경우 경제심리에도 악영향을 줘 구조개혁과 경제활성화라는 올해 정책과제 수행을 위한 동력도 훼손될 수 있다. 연말정산 후폭풍이 올해 최경환호의 위기관리 및 난국돌파 능력을 시험하는 첫 무대가 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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