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선임기자]‘13월의 보너스’로 기대를 모았던 연말정산이 직장인들에게 세금폭탄을 안기면서 이번 연말정산 파문이 가뜩이나 위축된 민간 소비를 비롯한 내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매년 연말정산 시즌이 되면 직장인들이 수만~수십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 이상의 세금을 환급받아 이를 ‘의외의 소득’으로 여기며 소비심리에도 긍정적인 요인이 됐으나 올해는 이것이 대폭 줄어들거나 오히려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가 연말정산 방식을 바꾸면서 자초한 측면도 있다. 과거 ‘많이 걷고 많이 환급하는 방식’에서 ‘적게 걷고 적게 환급하는 방식’으로 바꾸면서 사실상 연말정산을 통해 환급받을 수 있는 금액을 그 동안 조금씩 쪼개서 사용했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 정부가 소비 촉진을 위해 세금을 적게 걷으면서 연말정산으로 발생할 수 있는 내수 진작 효과를 소진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말정산에 따른 심리적ㆍ경제적 부담이 설 연휴와 신학기 특수를 앞두고 간신히 살아나려는 소비심리에 찬물을 끼얹어 ’제2의 단말기유통법(단통법)‘과 같은 내수 위축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실시된 단통법으로 단말기 판매가 30% 급감하면서 민간 소비에 타격을 주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단통법 충격과 정부 재정지출 축소로 지난해 4분기 성장률(전분기 대비)이 당초 예상치 1.0%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0.4%에 머물렀다고 밝힌 바 있다. 한은은 이러한 충격과 대외여건 악화를 이유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9%에서 3.4%로 낮추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작년 기업 성과가 좋지 않아 연초 성과급도 줄어들 마당에 ‘연말정산에서 오히려 돈을 더 내놓을 수 있다’는 생각에 직장인들의 실망이 큰 것 같다”며 이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우려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수출과 내수 모두 취약해서 연초부터 소비자 심리가 좋지 않으며, 연말정산 때문에 더 나빠질 수도 있다”며 “연말정산 논란이 성과급 축소와 결부돼 1분기 소비 위축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봉급생활자들이 연말정산 환급을 감안해 소비를 앞당겨서 하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환급액이 적어지면 당연히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줄어 소비에 직접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번 연말정산 개편을 통해 고소득층의 세 부담이 커지고 저소득층 부담이 작아지면 소득 분배 효과는 억지로나마 있기는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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