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부총리, 긴급회견 배경·전망
조삼모사식 추진한 세재개편 화불러
민심 동요에 ‘서민증세’논란비화 당혹
신뢰 흠집…향후 추진 정책동력 훼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에 나서 부라부랴 보완책을 발표한 것은 연말정산이 ‘13월의 보너스’가 아닌 ‘세금 폭탄’논란으로 비화하면서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13년 세법 개정 당시 세 부담이 늘지 않을 것이라고 했던 연봉 5500만원 이하 근로자들 가운데 환급액이 줄거나 심지어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사례가 나타나면서 민심이 동요하고 ‘서민증세’ 논란으로 비화하자 긴급진화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증세가 아니라고 주장했던 정부와 여당은 이번 ‘연말정산 파동’으로 신뢰도가 타격을 받게 됐고, 이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지속되면서 정부를 괴롭힐 것으로 보인다. ‘13월의 보너스’를 빼앗긴 직장인들의 분노도 쉽게 가라앉긴 어려워 보인다.
▶정확한 추계없이 추진한 세재개편이 화근=이번 연말정산이 월급쟁이들의 재앙이 되면서 큰 혼란에 빠진 것은 2012년 간이세액표 개정과 2013년 세법 개정이 정밀한 시물레이션 없이 진행된 데다 국회에서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데 화근이 존재한다.
애초 정부는 연봉 3450만원을 넘는 구간부터 세금이 늘어나도록 설계한 세법 개정안을 내놓았으나 ‘서민증세’라는 반발이 거세자 하한선을 5500만원으로 높였다. 5500만원 이하 구간에서는 세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다시 만든 것이다.
정부는 “총급여 5500만원 이하는 평균 세부담이 증가하지 않고, 총급여 7000만원 이하는 평균 2만~3만원 수준에서 증가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연말정산 시즌을 맞아 실제 세금을 시물레이션하면서 연봉 5500만원 이하 구간에서도 세금을 더 내야하는 사례가 속속 드러나면서 ‘서민증세’가 아니라는 정부 설명을 믿을 수 없다는 항변이 잇따랐다.
급기야 증세가 아니라던 정부도 세금 증가를 시인하고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최 부총리는 이날 브리핑에서 “근로자 수가 1600만 명에 이르는 관계로 공제항목 또는 부양가족 수 등에 따라 개인별 세부담 차이는 발생할 수 있다“고 물러섰다.
최 부총리는 이어 ”약 1300만명에 이르는 총급여 5500만원 이하 근로자는 평균적인 세부담이 줄어 전체적으로 약 4600억원이 경감되고 총급여 7000만원 이하 근로자(약 100만명)는 평균 2만~3만원 수준에서 증가해 전체적으로 약 260억원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총급여 7000만원을 초과하는 약 160만명의 상위 10% 근로자 세부담이 약 1조3000억원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삼모사 개편, 증세논쟁 다시 시작=최 부총리는 이날 브리핑에서 “연말정산으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면서 “3월까지 연말정산이 완료되면 이를 토대로 소득계층별 세부 규모를 면밀히 분석해 보완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구체적으로 공제항목과 공제수준 조정 등 자녀수와 노후대비 등을 감안해 세제개편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올해 중에 간이세액표 개정을 통해 개인별 특성 등이 보다 정교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추가납부액이 발생하는 경우 분납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보완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현행 연말정산 방식이 “소득재분배 기능을 제고하고 경제의 활력을 저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개편된 것”이라며 “고소득층의 세부담 증가를 통해 확보한 재원을 저소득층 지원을 위해 쓰일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핵심은 세금을 더 내느냐, 덜 내느냐의 문제다. 경기침체 지속으로 세수확보에 비상이 걸린 정부로서는 다양한 세원을 발굴할 필요가 있고, 월급쟁이들의 ‘유리알 지갑’도 예외는 아니다.
이번 연말정산 파문은 이제 세제개편과 증세논란으로 이어지게 됐다. 신뢰도에 한 차례 타격을 받은 정부로서는 앞으로 추진해야 할 세제개편을 힘있게 몰아부칠 동력을 상당부분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해준 선임기자/hj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