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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떠나려는 자와 남는 자’...홍콩 두 재벌 이야기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홍승완 기자ㆍ이혜원 인턴기자]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떠나거나 남거나. 몰락하는 도시를 등지고 다른 곳을 개척해 제 2의 성공을 꿈꾸거나, 혹은 위기에 정면 승부를 걸어 생존을 모색해야 한다.

홍콩 재벌들의 상황이다. 그들의 입장에선 지난 15년 동안 홍콩은 예전보다 사업하기가 쉽지 않은 도시가 됐다.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 이후, 중국본토가 홍콩 경제에 미치는 영향 역시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아울러 중국의 빠른 경제성장속에 1997년 18.6%였던 중국 대비 홍콩의 국내총생산(GDP)은 약 15년만인 2013년에 2.96%로 감소했다.

정치적 환경의 변화도 크다. 2012년 친중국 성향의 행정장관 렁춘잉이 집권하면서, 중국본토의 부패척결운동이 홍콩 재벌에게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시민들의 반재벌정서도 극에 달했다. 2014년 홍콩 ‘우산혁명’에서 시민들은 치솟는 집값의 주범인 기업들을 강하게 비난했다. 

CNBC에 따르면 2013년 기준 홍콩은 모나코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집값이 비싼 도시다. 홍콩 민간 주택시장의 70%는 5대 홍콩 부동산 대기업이 독점하고 있다.

리카싱(왼쪽) 청쿵 그룹 회장과 리쇼키 헨더슨그룹 회장.<출처=리카싱(게티이미지), 리쇼키(헨더슨그룹)>

기업들의 위기감이 고조된 가운데, 홍콩에서 발을 빼려는 부호도 나타났다. 리카싱(李嘉誠ㆍ86) 청쿵(長城) 그룹 회장이다. 홍콩의 대표 부동산재벌인 그가 ‘홍콩 엑소더스(탈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일 사업구조를 전면 개편한 것이 시작이다. 청쿵 그룹 산하 회사들을 합병해 부동산 사업(CK 홀딩스)과 비부동산 사업(CKH 홀딩스) 지주회사로 재편했다.

여기에 그룹 본사를 영국령 ‘케이맨 제도’로 이전할 계획이라 밝히면서, 리 회장의 홍콩 탈출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홍콩 1위 부호이자 아시아 최대 부호인 그는 세계 20위 슈퍼리치다. 그의 보유 자산은 2015년 1월 현재 341억달러(약 36조7400억원)다.

리쇼키 헨더슨 그룹 회장. (출처=사우스모닝차이나)

리카싱과 달리 위기를 정면 돌파하는 재벌도 있다. 리쇼키 (李兆基ㆍ86) 헨더슨(恒基兆業) 부동산그룹 회장은 홍콩인들의 마음 잡기에 나섰다. 지난 15일 리 회장은 청년들의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해 까우룽(九龍)반도 위엔롱(元朗)의 땅 약 5853㎡(약 1770평) 을 기부했다. 

부지에는 1600명 수용이 가능한 25층 높이의 유스호스텔이 들어설 예정이다. 청년들의 집값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18~30세 시민에게 시장가격 반값에 임차할 계획이라 밝혔다. 

저소득층을 위한 거주 공간도 마련할 예정이다. 그는 홍콩에서 1~2시간 가량 떨어진 중국 본토에 1만여개 원룸을 지어 홍콩 시민들에게 40% 할인된 가격에 제공할 계획이다. 극에 달한 사회양극화를 개선해 시민들의 마음을 잡겠다는 의지다. 홍콩 2위 부호인 그의 자산은 247억달러(26조6000원)로, 세계에서 35번째로 부유한 슈퍼리치다.

떠나는 자와 남는 자. 최후에 웃을 자가 누가 될지 두 홍콩 최대 재벌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souriran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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