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선임기자]한국은행 이주열 총재가 15일 밝힌 지난해 4분기 경제성적표가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작년 4분기 성장률을 애초에는 전기 대비 1.0%로 예측했는데 현재는 0.4%로 추정된다”면서 그에 따라 발생한 올해 연간 성장률 하락분을 0.4%∼0.5%포인트로 제시했다.
1%로 예상했던 성장률이 반토막이 났다는 것은 가히 충격적인 수준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한국은행도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면서 “기재부도 4분기 실적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더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는 힘도, 따라오는 힘도 약했다=4분기 경제가 급격히 위축된 것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의 충격 ▷재정 조기집행과 세수 부족에 따른 정부지출 축소 ▷예상보다 위축된 민간투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10월 실시된 단통법으로 단말기 판매가 일시적으로 30% 정도 줄어들면서 민간소비가 급격히 위축됐다.
재정 부문의 경우 정부는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인한 경기위축을 돌파하기 위해 2분기 이후 집중적으로 투입했다. 2분기에 0.5%, 3분기에 0.9%의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재정투입의 효과가 컸다.
하지만 세수 부족으로 4분기에 재정지출이 한계에 봉착하면서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 효과를 보지 못했다.
게다가 정부가 먼저 재정을 투입해 경기에 불씨를 살리면 기업들이 투자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기업들의 투자가 따르지 않았다. 기업들은 일본과 유럽연합(EU)의 경기부진과 유가급락으로 인한 불투명한 여건에 몸을 사리고 투자에 선뜻 나서지 않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재정을 조기집행해 (경기회복) 분위기가 살아나면 민간이 (투자를 통해) 따라올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결국 4분기엔 재정을 통한 정부의 미는 힘과 민간의 따라오는 힘이 모두 감소한 셈이다. 여기에다 단통법 시행이라는 정책적 악재까지 겹쳐 가 겹치면서 결국 충격적인 결과를 내놓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경제 주저앉나?=4분기의 충격적인 경제성적은 한은이 올해 성장률 예상치를 3.9%에서 3.4%로 대폭 낮추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물론 여기에는 세계경제 성장률 하락, 세계교역 신장률 감소 등 대외요인도 작용했지만, 4분기 성적의 영향이 컸다.
4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급감하면서 지난해 연간 성장률도 당초 추정 3.4%보다 낮은 3.3%에 머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경제 베이스가 낮아지고 한은이 전망치를 낮춤에 따라 다른 기관들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당초 국제통화기금(IMF)은 4.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 한국개발연구원(KDI) 3.7%, 현대경제연구원은 3.6%를 제시했다.
더구나 올해 대외경제 여건이 불투명하고 가계부채 등 내부적인 위협요인이 잠복해 있다. 눈덩이 가계부채에다 4분기의 충격이 경제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경우 소비와 투자가 더 위축될 수도 있다. 당분간 불안한 국면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다음주 한은이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내놓으면 취약한 우리 경제의 현주소를 다시 확인하게 될 정망이다.
하지만 정부는 실망할 단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10월 단통법 쇼크에서 벗어나 12월에는 단말기 판매가 회복되었고, 유가하락 효과도 기대되며, 새해 들어서는 새 예산으로 재정집행 여력이 생겨 조기집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이날 “올해 리스크가 많지만 저유가와 FTA 확대에 따른 수출 상승효과, 현대차그룹과 삼성 등 주요 대기업의 투자 확대, 확장적 재정ㆍ금리 스탠스, 가계소득 상승 유도 등을 잘 활용한다면 올해 3.8%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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