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선임기자]15일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의 3.9%에서 3.4%로 대폭 하향조정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4%에서 1.9%로 확 낮추자 기획재정부가 고심에 빠졌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8%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0% 예상하고 경제운용방안을 마련해 그렇지 않아도 낙관적인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던 상태였다. 이번에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자 난처한 입장이 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날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지만 회복 기조를 이어간다는 기본 입장은 기재부 전망과 다르지 않다”면서 “당장 기재부가 애초 제시한 3.8% 성장률 전망치를 조정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작년 4분기 경기가 당초 전망보다 훨씬 좋지 않았다는 점을 이번에 한은이 반영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고 밝혀 조정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성장률 전망치 하향에 대해 “주로 작년 4분기 실적치가 예상보다 크게 낮아진 데 기인한다”며 “작년 4분기 성장률을 애초 전기대비 1.0%로 예측했는데 현재는 0.4%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4분기 실적치가 크게 부진해 올해 한국 경제의 출발점이 예상보다 낮아졌기 때문이라며, 이로 인해 발생한 올해 연간 성장률 하락분을 0.4%∼0.5%포인트로 제시하기도 했다.
한은은 또 경제전망의 전제로 잡은 세계경제 성장률을 당초의 3.8%에서 3.5%로 낮췄으며, 세계교역 신장율을 4.4%에서 3.8%로, 원유도입 단가를 99달러에서 67달러로 하향했다.
기재부는 지난해 12월 경제전망을 하면서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0월 한은이 전제로 삼았던 3.8%와 동일하게 잡았지만, 이번에 한은이 이를 3.5%로 낮췄다. 국제유가도 기재부는 배럴당 75달러로 이번 한은의 전제보다 높다.
경제전문가들은 이런 대내외 여건 변화를 감안할 때 기재부가 상대적으로 높게 잡았던 성장률 전망을 고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기재부는 이처럼 변화된 상황을 감안해야 하지만, 새해를 시작한지 겨우 보름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전망치를 수정할 경우 정부에 대한 신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은은 정책효과를 반영하지 않는 측면이 있으며 (기재부의) 3.8% 전망이 무리는 아니다”면서 “최소한 1~2개월 동안의 경기흐름을 봐야 (성장률 예상치) 조정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기재부는 당초 방침대로 재정 조기집행과 규제완화 등을 통해 경제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공공부문을 비롯해 노동과 금융, 교육 등 4대 부문 개혁을 예정대로 강도높게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상반기 재정 조기집행과 민간부문 투자활성화 대책 등을 속도감있게 밀어붙여 경기의 불씨를 살려나가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기재부가 경기부양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낙관적 전망을 내려놓아야 할 시간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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