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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난세계사] 커피, 왜 ‘악마의 음료’로 불렸을까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전 세계인의 기호식품 커피. 한국인의 커피 사랑도 어느 나라 못지 않죠. 그런데 커피를 마시면 박해를 받던 때가 있었습니다. 16세기 초 이슬람의 성지 메카에서 커피가 ‘악마의 음료’라는 오명을 뒤집어 써야만 했던 이야기입니다.



# 커피는 언제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요. 전설에 따르면, 아시아 아라비아반도 남단 예맨의 염소 목동 칼디(Kardi)는 염소들이 한번도 보지 못한 열매를 먹는 걸 발견합니다. 그리고 그 열매를 마을로 가져가죠.

이전에는 아무도 보지 못한 열매. 도시 아덴의 수도원장은 도서관에 있는 식물도감을 샅샅이 뒤져보지만 어디에서도 그건 찾을 수가 없습니다. 입에도 넣었지만 아무런 맛도 없었습니다. ‘에잇, 내가 한번 주스를 만들어 보리라.’ 그는 물 속에 열매를 넣고 끓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윽한 향기를 머금은 냄새가 방 안을 가득 채웁니다. 열매를 우려낸 물에선 끔찍이도 쓴 맛이 났지만 수도원장은 마술에 걸린 것처럼 기이한 느낌을 받습니다. 향기와 맛에 취한 그는 다시는 잠을 자지 않아도 될 것 같은 기분을 느낍니다. 여러분이 처음으로 커피를 맛보던 그 순간을 떠올려 보면 어떤 느낌일지 상상이 될까요.

아랍인들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커피를 마신 사람들이다. 아랍인들이 커피를 끓이는 방식은 터키식 커피로 알려져 있다.

밤이면 밤마다 하품을 하던 수도사들도 열매를 우려낸 물을 마시기 시작합니다. 이슬람교 선지자 모하메드는 네 시간 마다 일어나서 기도를 했다지만 인간이었던 수도승들이 쏟아지는 잠을 거스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녔거든요. 예배를 드리러 모스크를 찾는 무슬림이 늘었지만, 예배보다는 커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고 합니다.

무슬림은 감사한 마음에 이 열매에 ‘흥분하게 하는 것’이라는 의미의 ‘카봐’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카파’로 불렸습니다. 아프리카 북부 에티오피아 카파 지방에서 온 흑인 기독교도들이 가져온 식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쯤에서 덧붙이면 ‘커피’라는 단어는 ‘카파’에서 유래됐습니다.


커피열매

# 그러다가 1511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서남부 메카에서 큰 사건이 벌어집니다. 메카에 새로 임명된 카히르-벡 총독이 커피 마시는 걸 금지시키거든요. 커피를 마시다 잡히면 날뛰는 당나귀에 거꾸로 태워지기도 하고 가죽 채찍에 호되게 맞기도 합니다. 당시 많은 부인들이 시기심에서 남편을 고발하기까지 했다는데, 그 이유는 남편이 커피에 빠져 아내와 함께 잠을 자지 않았기 때문이었죠.

카히르-벡 총독은 왜 커피를 마시지 못하게 했을까요. 그는 명예욕이 유독 강한 리더였습니다. 번번히 부하들에게 “낡은 슬리퍼는 더 이상 슬리퍼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고요. 이 세계가 낡았기 때문에 다 뜯어 고쳐야 한다는 거죠. 야심이 많은 리더였나 봅니다.

커피콩을 가는 아랍인들


























그런데 오히려 사람들은 ‘슬리퍼 철학자’라며 그를 조롱합니다. 그를 헐뜯는 시도 짓죠. 이에 격분한 카히르-벡 총독. 누가 자신을 비난하는 지 조사합니다. 그리고 어김없이 범인(?)은 그늘에 모여 앉아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커피 금지령’이 떨어진 것도 그 즈음부터입니다. 카히르-벡 총독은 커피가 잠을 쫓는 건 이슬람 율법서인 『코란』을 거스르는 행위라고 주장합니다. 알라신이 휴식을 위해 밤을 만들고 시간을 계산하기 위해 태양과 달을 만들었는데, 이런 질서를 거스르고 있다는 거죠. 다시 말해, 커피를 마시면 깨어있는 시간이 는다는 겁니다. 그런데 『코란』을 운운하는 건 명분상 하는 말이고, 그가 정말 두려웠던 건 사람들이 모여 앉아 자신을 비난하는 것이었답니다.



(*) 커피의 인기를 꺾을 수 없었습니다. 한 번 맛본 사람은 누구나 커피를 좋아했고, 더 마시고 싶어 했거든요. 메카의 소식을 들은 카이로의 술탄이 커피 금지령을 폐지시켜 버립니다. 우선 그 자신이 커피를 많이 마시는 사람이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15일에 이어집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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