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문숙기자]유가하락으로 촉발된 러시아 경제위기가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러시아를 비롯한 유가 하락에 취약한 국가들의 금융 불안과 경기 둔화 심화가 수출 감소와 소비ㆍ투자 심리 위축 등 부정적인 측면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은 데 따른 것이다.
12일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누적 기준으로 한국의 대러시아수출 비중은 1.8%, 대동구권 수출 비중은 2.4%, 대유럽연합(EU) 수출 비중은 9.1%였다. 러시아와 유럽지역으로의 수출이 전체 수출의 13.3%를 차지한 셈이다.
한국의 대러시아 수출은 전체 수출의 2%에 못 미치지만 동유럽으로의 위기 확산가능성과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의 대러시아 수출 감소에 따른 한국의 EU 수출 감소 등 간접경로까지 고려한다면 그 파장이 작지 않을 수 있다고 연구소는 분석했다.
허문종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제통화기금(IMF)과 국내 주요 기관들의 유가 하락에 따른 경제효과 추정은 러시아 등 취약 신흥국의 위기 가능성을 과소평가한 것”이라며 위기 확산 시 기대했던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유가가 장기화될 경우 러시아뿐만 아니라 브라질, 베네수엘라 등 남미 산유국과 비교적 자금상황이 양호한 중동 산유국들에까지 경제 충격이 확산돼 한국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10일(현지시간)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투기등급 직전인 ‘BBB-’로 한 단계 내렸다. 등급 전망은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피치는 국제유가 추락, 루블화 가치 폭락,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지난해 중반과비교해 러시아 경제 발전 전망이 심하게 나빠졌다고 강등 이유를 설명했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현재 러시아 신용등급을 최하위 투자 적격 등급인 ‘BBB-’로 유지하고 있으나 지난해 말 ‘부정적 관찰대상’에 포함시켜 투기등급으로의 강등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국제유가는 당분간 약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두바이유는 배럴당 50달러선이 무너졌고 브렌트유는 2009년 이후 처음으로배럴당 40달러대로 떨어졌다.
강유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유가가 아직 바닥을 치지 않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며 “세계 원유시장의 과잉공급이 지속돼 올해 상반기에 유가가 추가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유가 추가하락은 러시아 등의 위기를 더 심각하게 만들 변수다.
내부적으로도 유가 하락의 온기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유가 하락으로 국내 소매판매에서 차량연료 소비 비중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지만 소비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달라진 소득공제제도로 올해 환급규모가 약 9천억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유가 하락 효과를 반감시킬 요인이다.
이승준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국 경기 부진과 위험 요인 등 대외 여건을 고려하면 뚜렷한 수출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조기에 추가 정책금리 인하와 재정확대 정책을 실시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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