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현지시간) 테러로 희생당한 ‘샤를리 엡도(Charlie Hebdo)’가 지킨 원칙은 하나였다. 프랑스 공화국 정신이다. ‘프랑스 하늘아래 모든 사람은 동등한 국민’이라는 원칙은 1789년 프랑스 혁명이래 지켜온 첫 번째 정신이었다. 평등은 프랑스 언론이 지킬 최우선 가치였고, 샤를리 엡도는 이 원칙을 흔드는 누구라도 비판해왔다.
2010년 7월 7일자 샤를리 엡도. 에릭 뵈르트 전 재무장관과 릴리안 베탕쿠르 로레알 상속녀 풍자 만평.(출처=스트립주르날) |
슈퍼리치도 예외가 아니었다. 특권 남용으로 평등 원칙을 어긴 프랑스 부호들은 예외없이 샤를리의 지탄 대상이 됐다. 릴리안 베탕쿠르(Liliane Bettencourt) 로레알 상속녀는 그 중 한 명이다. 자산 367억달러(약 40조원)로 세계 부호 11위에 오른 그는 불법적으로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정치자금을 지원해 질타 받은 바 있다. 2010년 당시 재무장관인 에릭 뵈르트를 통해 불법자금을 보내온 사실이 밝혀지자, 샤를리 엡도는 2010년 7월 7일자에 베탕쿠르을 풍자하는 만평을 실었다. “뵈르트? 단지 애인일 뿐”이라는 제목과 이 둘을 연인으로 묘사하는 그림이었다.
2012년 9월 12일자 샤를리 엡도. 베르나르 아르노 LVMH그룹 회장 풍자 만평. (출처=스트립주르날) |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 LVMH그룹 회장도 화살을 피해갈 수 없었다. 세계 15위 부호로 자산 328억달러를 보유한 그는 부자증세를 피하려 이민을 시도한 것으로 유명하다. 2012년 올랑드 대통령이 소득세 최고세율을 75%로 하는 이른바 ‘부유세’를 신설하려 하자 그는 벨기에로 국적 변경을 신청했다. 샤를리는 그의 ‘꼼수’(?)를 놓치지 않았다. 2012년 9월 12일자 샤를리 엡도 1면에 “명품 창녀에게 75% 세율을 부과하는 데 찬성합니다”라는 제목의 아르노 회장 풍자 만평이 실렸다. 온몸을 루이비통 제품으로 치장한 아르노를 통해 빈부격차 해소에 반대하는 그의 행태를 비꼰 것이다.
테러로 만평작가 등 직원 10명을 잃은 샤를리 엡도는 오는 14일 예정대로 다음 호를 발행할 예정이다. 성역없는 풍자로 프랑스 정신을 지켜가는 샤를리 엡도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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