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허연회 기자]축구선수를 꿈꿨던 백승룡(21) 씨. 그와 동생은 기억도 없던 7살 께 부산의 한 보육원에 맡겨졌고 이후부터는 무기력하게 살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보육원에서 생활한다는 백 씨를 놀리던 친구들과 잦은 싸움을 했고,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멀어졌다.
중학생 때 축구를 접한 그는 축구선수의 꿈을 꿨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다시 축구를 할 수 없게 됐다. 이 때부터 또 다른 좌절과 방황이 시작됐다.
백 씨는 당시를 회상하며“보육원 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무언가를 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축구가 유일한 희망이었다”며 “축구를 포기했을 때 그 실망감이 너무 커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후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했고, 보육원을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백 씨는 보육원 선생님이 추천한 ‘취업사관학교’에 들어가게 됐다. 당시 그에게 취업사관학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기숙사 생활을 시작한 백 씨에게 취업사관학교는 학창시절과는 완전히 달랐다.
비슷한 경험을 가진 친구들이 모여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쉽게 친해 질 수 있었고 야단만 치던 학교 선생님들과 달리 이곳 선생님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 줬다.
그러면서 배우게된 기술은 백 씨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축구 이후 처음으로 배우고 싶고,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 씨는“첫 실습 날 용접봉을 잡았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온통 땀에 옷이 다 젖었지만 그때의 기억은 아직도 절 흥분하게 한다”고 말했다.
백 씨의 담임이었던 장유성 선생님은 “사실 승룡이가 학교에 처음 왔을 때 덩치가 커 살짝 무서웠다”며 “취업사관학교에 입학한다고 100% 모든 학생들이 좋아지는 건 아니지만 승룡이는 본인 스스로가 변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말했다. 장 선생님은 또 “새해부터 일하는 승룡이를 보니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백 씨는 현재 취업을 했고, 다시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백 씨는 “남들은 웃을지 모르지만 전 평범한 가장이 되는 게 꿈이에요”라며 “제가 겪었던 그 시절을 누군가가 겪는다는 건 정말 가슴 아픈 일이라는 걸 잘 아니까요”라고 말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사장 박영범)이 9일 학업중단ㆍ가출 등으로 인한 사회,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취업사관학교를 통해 가정과 사회로 복귀한 청소년들의 따뜻한 사연을 담은 수기집을 발간했다.
취업사관학교는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함께 학교를 떠난 청소년들이 체계적 직업훈련과 심리치료, 인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작년 취업사관학교는 돈보스코 직업전문학교, 광양만권HRD센터, 춘천YMCA 등 5개 기관에서 위탁ㆍ운영되었으며 모두 148명의 청소년이 참여했다. 취업사관학교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꿈을 다시 갖고 건강한 사회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박영범 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다양한 이유로 학업을 포기한 청소년들에게 취업사관학교를 통해 꿈과 희망을 다시 키워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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