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
디플레이션 우려 현실화
12월 소비자물가가 전년동월대비 0.8% 상승에 그치며 2013년 10월 이후 14개월만에 처음으로 0%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대외적으로는 석유를 비롯한 국제원자재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고 국내적으로는 내수 소비심리 부진이 이어지면서 저성장 속에 저물가가 이어지는 디플레이션(deflation)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12월 소비자물가는 전월대비 0.0% 상승률로 변동이 없었으며, 전년 동월대비로는 0.8%의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같은 상승률은 외환위기의 격랑이 몰아쳤던 지난 1999년 9월의 0.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5월과 6월 각각 1.7% 상승률을 기록한 이후 점진적으로 낮아져 10월 1.2%, 11월 1.0%에 머물렀다. 이는 유가를 비롯한 국제원자재 가격 하락에 신선식품 물가가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전년 동월대비 1.6% 상승했지만 신선식품 물가는 전월대비 2.8% 하락했다. 특히 신선과일 물가의 경우 전년동월대비 11.1%나 하락했다.
이로써 2014년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3년과 같은 1.3%에 머물렀다. 연간 소비자물가는 지난 2011년 4.0% 상승한 이후 2012년에는 2.2%로 낮아졌으며, 2013년과 2014년 2년 연속 1%대에 머물렀다.
이같은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외환위기 당시인 199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며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2.5~3.5%)를 크게 밑도는 것이다.
물가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지만 마냥 반길 일만은 아니다. 더욱이 낮은 물가는 우리 경제의 활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로 해석돼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문제는 유가하락과 내수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환율 하락 등 물가 하락 압력이 여전히 높다는 점이다.
실제로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인 생산자물가는 지난해 8월 이후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국제유가의 하락세도 심상치 않다. 2013년 연평균 배럴당 105달러를 기록했던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해 연말 53달러까지 떨어졌고, 내년에는 50달러 아래로 떨어질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질 경우 금리인하를 비롯한 금융완화나 재정정책으로 경제를 호전시키기가 상당기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와 통화당국의 발빠른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이해준 선임기자/hj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