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 이광구 호(號)가 본격 출범했다. 이광구 신임 우리은행장은 30일 우리은행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취임 직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그동안의 소회와 꽁꽁 싸맸던 항해 전략을 밝힐 계획이다.
최우선 목표는 ‘민영화’다. 그의 임기가 다른 행장과 달리 3년이 아닌 2년으로 정해진 이유이기도 하다. 민영화 완수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가치 제고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 행장은 지난 8일 차기 행장으로 내정된 이후 두문불출했다.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인근 서울연수원에 임시 집무실을 마련하고 경영전략 마련에 몰두했다. 외부 노출은 꺼렸지만 본점은 누비고 다녔다. 하루에도 수십번 본점을 오가는가 하면 임원들이 수시로 연수원을 다녀갔다.
행장후보추천위원회가 이 행장을 최종 내정한데는 그의 기업가치 제고 방안이 주효했기 때문이란 후문이다. 그는 최종 면접 때 민영화 완수를 위해 임기 내 자산 300조원, 연간 당기순이익 1조50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했다. 올해 3분기 기준 우리은행 자산은 275조원, 당기순이익은 1조원이 채 안된다. 녹록하지 않은 목표다. 하지만 그는 “실적으로 증명하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가장 먼저 영업력 강화에 나섰다. 행장 취임 직전까지 맡았던 소매금융분야의 역량을 강화해 괄목할만한 실적을 내겠다는 전략이다. 앞서 영업통을 전면에 내세운 임원인사도 마쳤다. 그는 내년도 개인고객본부 경영목표를 영업수익 2조원 달성과 신규고객 100만명 창출로 잡았다. 영업수익은 올해 예상실적보다 10% 가량 확대됐다. 휴면계좌 고객 등 비활동 개인고객 70만명을 활성화시키는 것도 주요 영업방침이다. 멕시코 등 해외시장 진출에도 적극 나서 해외수익창출도 확대할 방침이다.
갖춰지는 이광구 호에 대한 평가는 고무적이다. 신속한 인사와 채널안배로 조직안정을 도모했고, 다른 은행과 달리 노조와 마찰도 크지 않다는 평가다. 직원들도 이 행장을 ‘K9’(광의 영문 이니셜 ‘K’와 구의 영어 ‘나인’의 합성)이라고 부를 정도로 친근함을 표하고 있다. K9이 한 자동차회사의 ‘최고급 사양’이라는 점과 이 행장이 ‘조직 넘버원’이라는 점이 맞아떨어진다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하지만 갈길은 멀다. 우리은행 민영화는 4전 4패다. 그만큼 쉽지 않다는 얘기다. 행장 선임과정에서 내정설 논란을 겪은 이 행장. 이제 진짜 능력을 보여줄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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