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가석방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지난 9월 “기업인도 요건만 갖춘다면 가석방 대상이 될 수있다”는 황교안 법무장 장관의 발언과 최경환 부총리의 동조가 있은 지 3개월 만이다. 최 부총리는 최근 경제 살리기 차원에서 기업인들의 가석방이 필요하다고 청와대에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엔 정치권에서도 공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경제가 이렇게 안 좋은 상황에서 일해야 하는 사람들은 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새누리당 소속인 정갑윤 국회부의장도 “현재 상황은 유전중죄”라며 “기업인이 (가석방에서) 역차별을 당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당의 공식 입장과는 달리 “기업인을 우대하는 것도 나쁘지만 불이익을 주는 것도 나쁘다”며 찬성 의사를 나타냈다.
기업인 가석방에는 여전히 신중론 또는 부정적 시각이 우세하다. 어느 입장이 맞는 지를 따지기에 앞서 가석방에 대한 사실관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사면은 헌법이 정한 대통령의 고유권한이지만 가석방은 형법에 따라 법무장관이 알아서 할 일이다. 형법 76조는 “형기의 3분의 1을 경과한 후 행정처분으로 가석방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형법에 따른 가석방은 대통령의 사면공약 준수와 충돌하지 않는다. 올 성탄절에도 정부는 모범수 614명을 가석방했다. 하지만 기업총수 이름은 없었다. 기업인들은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경제민주화 바람이 분 이후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판국이다. LIG그룹은 부자, 태광그룹은 모자, SK그룹은 형제가 함께 구속되기도 했다. 징역 4년이 확정된 최태원 SK 회장은 수감생활이 근 2년이다. 역대 대기업 회장 중 최장으로 가석방 요건인 형기의 3분의 1을 넘긴 상태다.
가석방을 한다고 경제가 활성화될 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김승연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뒤 한화그룹은 삼성과 계열사를 주고받는 2조원대의 빅딜을 성사시켰고, 김 회장이 다녀간 뒤 이라크 내 신도시 공사 현장에도 활기가 돌고 있다. 하이닉스가 국민 세금을 축내던 처지에서 수천억원의 법인세를 내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효자로 탈바꿈한 것도 최태원 회장의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예전처럼 기업인의 비리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기업인이라는 이유로 법률상 허용되는 선처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도 역차별이다. 법무부가 요건을 따져 원칙대로 처리하기만 한다면 특혜 시비를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