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회장은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성사시키며 ‘엄지 세리머니’로 눈길을 끌었다. 젊은이들은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 열광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시티를 소유하고 있는 만수르도 ‘만수르 신드롬’이라고 불릴 정도의 큰 인기를 얻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들처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조용히 그룹 승계를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올해 들어 이 부회장의 자산도 크게 늘면서 그의 세계 억만장자(자산 10억달러 이상) 순위도 꾸준히 상승했다.
▶올해의 포토상, ‘전세계 홀린 마윈’=알리바바의 ‘마법’이 세계를 홀린 한 해였다. 가난한 영어교사에서 중국 최대 부호로 뛰어오른 기린아,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IPO 당시 해맑게 웃는 모습이 전 세계인의 눈길을 끌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 주식이 신규 상장돼 첫 거래가 시작된 지난 9월 19일 오전 9시30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증시 개장을 알리는 벨이 울리자 마 회장은 웃음을 띤 채 엄지손가락을 번쩍 치켜들며 환호성을 질렀다. 증시 개장 한참 후에도 그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시지 않았다.
주문폭주로 장이 시작된 지 2시간 이상 지나서야 알리바바 주식은 시초가 92.70달러에 거래를 시작했다. 첫날 거래는 공모가 68달러 대비 38.1% 급등한 93.89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마 회장은 역사상 최대 규모의 IPO를 성사시키며 단숨에 250억달러(한화 약 27조5000억원)를 끌어모으는 ‘대박’을 쳤다. 알리바바 상장으로 주식 평가액이 치솟으면서 마 회장은 중국 최고 부호 자리에 올라섰다.
당시 기업공개에서 마 회장은 1275만주를 매각했다. 공모가로 따지면 현금으로 8억6700만달러를 손에 쥐었다. 그는 현재 알리바바 주식 1억5835만주(지분율 6.36%)를 갖고 있으며 지분 가치만 163억달러에 달한다.
알리바바 상장의 최대 수혜자로는 알리바바에 거금을 투자한 일본 최대 통신사 소프트뱅크의 손정의(孫正義) 회장과 인터넷 서비스 기업인 야후(Yahoo)가 꼽힌다.
2000년 알리바바에 2000만달러를 투자한 손 회장은 알리바바 지분 32%를 가진 최대주주다. 그는 미래 가치를 고려해 이번 IPO 때 알리바바 주식을 한 주도 팔지 않았다. 2005년 알리바바에 10억달러를 투자해 40%의 지분을 획득한 야후는 보유한 알리바바 주식 1억2170만주를 IPO때 팔아 세전 금액으로 82억8000만달러를 챙겼다. 야후는 나머지 4억여주(지분율 16.1%)는 유지하고 있다.
포브스 세계 억만장자 순위 51위(자산 156억달러)에 올라있는 러시아 갑부 알리셰르 우스마노프(Alisher Usmanov) 메탈로인베스트 창업자도 알리바바에 투자해 최대 500%의 투자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마윈은 20여년 전만 해도 월급 89위안으로 시작했던 가난한 대학 영어강사였다. 중국의 평범한 집에서 태어나 삼수 끝에 간신히 대학에 들어갔다. 유명대학 출신도 아니고 특히 못생긴 외모 때문에 취업전선에서도 30번 넘게 고배를 마셨다.
이후 통역회사를 창업했던 마윈은 1995년 미국 시애틀 출장에서 처음 인터넷을 경험한 뒤 주변 사람들에게 빌려 어렵게 마련한 50만위안으로 1999년 알리바바를 차렸다. 15년 후 마윈은 이 작은 벤처기업을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키워냈다.
▶인기상, ‘만수르 신드롬’=이토록 대한민국에서 유명한 아랍 왕자가 있었던가. 그야말로 ‘만수르 신드롬’이라고 불릴 정도로 유명세를 떨쳤다.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등 다른 억만장자에 대한 관심과는 달랐다. 만수르는 유독 우리에게 친근하면서도 유별났다.
만수르는 아랍에미리트(UAE)의 7개 토후국 가운데 하나인 아부다비 왕가의 왕자로, 실제 이름은 ‘셰이크 만수르 빈 자예드 알 나얀’(Sheikh Mansour Bin Zayed Al Nahyan)이다. 줄여서 만수르로 부른다.
국내에 만수르 열풍이 불기 시작한 것은 올 7월 KBS 2TV ‘개그콘서트’에 그의 이름을 딴 ‘억수르’ 코너가 등장하면서부터였다. 아랍의 석유재벌 ‘억수르’를 통해 물질 만능주의를 풍자하는 코너였다. 대중은 그의 부(富)를 다룬 코미디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고, ‘만수르 신드롬’은 서서히 확산했다.
이후 만수르는 슈퍼리치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만수르 사진을 갖고 다니면 돈이 잘 들어온다는 ‘만수르 효과’가 유행처럼 번졌고, 만수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돈을 달라는 구걸 글을 올리는 현상도 벌여졌다. 지금도 한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만수르 팬카페의 회원수는 2000명이 넘는다.
그의 모든 것이 이슈가 됐다. 돈과 권력, 가족 등이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2005년 결혼한 만수르의 둘째 부인 ‘마날(셰이카 마날 빈트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 막툼)’의 빼어난 미모도 유명세를 탔다. 그의 첫딸 파티마(8)와 두번째 아들 무함마드(7) 역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만수르 신드롬은 다른 아랍 왕자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졌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높이 1㎞를 넘을 것으로 보이는 킹덤타워(Kingdom Tower)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왈리드 빈 탈랄 알사우드(Alwaleed bin Talal Al-Saud) 왕자 등도 덩달아 주목받았다.
만수르는 현재 UAE 부총리이며 자산 규모 71조원의 국제석유투자공사(IPICㆍ아부다비) 위원회 의장과 UAE 연방정부 소속 국부펀드인 에미리트투자청(EIAㆍ자산규모 16조원)의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2008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시티를 인수한 후 2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쏟아부어 구단을 우승팀으로 만들기도 했다. 그의 개인 자산은 약 300억달러이고, 국부펀드 자금 등을 포함해 왕가 전체 재산이 약 1조달러에 달한다.
▶개근상, ‘경영 보폭 넓힌 이재용’=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와병이 길어지면서 이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승계를 위한 후계작업이 탄력을 받았다. 사실상 이 부회장이 삼성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말투와 행동 하나하나가 이슈가 됐다. 지난 1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언론에 오르내릴 만큼 주목을 받아 개근상에 선정됐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언론에 그다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부친이 경영에 복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자 그는 경영 현안을 직접 챙기는 것은 물론 대외적으로 회사를 대표하는 자리에도 어김없이 나섰다. 올 들어 미국과 중국 국가원수가 방한했을 때 삼성전자 공식 자리에 이 부회장이 참석했고, 최근에는 대구창조경제단지 행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수행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의 달라진 위상은 세계적 거물들의 방한 때도 드러났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 수장은 물론 국가 최고지도자까지 앞다퉈 이 부회장을 찾았다. 경영활동 폭이 넓어진 삼성 후계자에게 ‘눈도장’을 찍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올 9월 공항에 내리자마자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으로 향해 이 부회장과 비즈니스 미팅을 가졌다. 이어 10월 방한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와도 장시간 회동을 갖고 스마트폰이나 가상현실기기 공동 개발 등에 대한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달 방한한 베트남 최고지도자 응웬 푸 쫑 공산당 서기장은 첫 일정으로 삼성전자를 찾아 이 부회장을 만났다.
이 부회장 역시 이 같은 해외 거물들과의 만남이 자신이 삼성을 이끌 재목이라는 것을 증명할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이 부회장의 세계 억만장자 순위도 꾸준히 상승했다. 이 부회장이 지분 11.25%를 가진 삼성SDS 상장에 이어, 제일모직(지분 23.24%) 상장까지 ‘대박’이 난 덕분이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자산은 이달 19일 기준 71억달러로 평가돼 처음으로 세계 200위권 부자에 이름을 올렸다. 3개월 전인 9월만 해도 이 부회장의 순위는 세계 360위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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