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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자재 유통시장 2만 업체 난립…‘한국의 시스코’ 절실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밀가루, 야채, 삼겹살…식재료 오르지 않는 게 없어요. 재료값이 올라 메뉴가격을 500원이라도 올리면 손님들은 비싸다고 오지도 않아요. 그리고 회사원들은 가격이 더 저렴한 구내식당으로 가서 먹기때문에 점심시간에도 손님이 꽉 찬 모습을 찾아 볼 수가 없어요” (서울 마포구 한식당 사장)

생계형 식당 자영업자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쌓여만 간다. 손님은 줄고 식재료비는 계속 뛰고 거기다 인건비까지 올라 삼중고를 겪고 있다. 지난 8월 한국외식업중앙회에 따르면 음식점 휴·폐업률은 2011년 54%에서 지난해 67.5%로 13.5%p 높아졌다. 
한국 식자재유통시장에는 2만여개의 크고 작은 업체들이 있다. 시장규모는 약 105조원규모에 비해 많은 업체들이 난립해 있어 후진적인 구조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식자재유통시장을 산업화시켜기 위해서 규제라는 ‘칼’보다는 업체간의 상생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진은 한 식자재 업체의 물류창고.

골목식당 경영난의 가장 심각한 원인은 바로 식재료였다. 외식업 경영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77.3%가 ‘식자재 가격상승’을 꼽았다. 이러한 원인은 낙후된 유통구조가 가격불안과 가격상승의 원인으로 꼽는다.

양송화 IFDA코리아 대표는 외식업을 살리고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는 한국에도 시스코(Sysco)와 같은 대형업체가 나와 식자재유통을 산업화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자재 유통업체만 2만 여곳…식재료비 상승 부추긴다=한국 식자재 유통시장은 2012년 기준으로 약 105조원 규모의 거대시장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규모에 비해 시장은 약 2만여개의 다수의 유통업체들이 난립하고 있어 후진적인 구조를 면치 못하고 있다.

상장 대기업을 비롯한 6개 주요 대형업체의 시장점유율은 약 4%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식자재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식자재 유통업체의 한 관계자는 “생산자에서 소비자까지 연결되는 단계는 5~6단계로 2011년 기준으로 유통비용 비중이 41.3%에 달한다”면서 “미국 등의 경우와 달리 산지규모도 영세하고 조직화가 발달되지 않아 농가의 개별출하가 90%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는 중소 식자재업체에 물건을 받는 골목식당이 식재료비 가격상승으로 이어져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실제 국내 외식시장의 규모는 2012년말 기준으로 약 77조원으로 추정되며 외식시장의 성장률은 과거 10년간 평균성장률이 7.9%에 달했으나 최근 3년간 4.3%에 그치면서 성장성이 둔화된 상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대형업체와 중소업체간의 합병 및 전후방 통합 등을 통해 식자재유통시장을 산업화 시켜야 외식시장도 성장을 한다”고 조언했다.

▶안전먹거리 비상…식자재 유통구조 메스=식자재 가격안정화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먹거리에 대한 안전이다.

국내 식자재유통업체의 경우 영세한 업체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식품안전에 대해 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실정이다. 현 정부는 불량식품을 4대악 중 하나로 규정, 척결을 선포했으며 이에 따라 관련 식품 위생법 규정과 처벌 또한 더욱 강화 중에 있다. 2017년까지 전 유통식품의 50%가 식품안전 인증기준(HACCP)을 받을 수 있도록 추진 중이다.

식자재유통업체 관계자는 “일본 원전사태, 유전자 변형 식품논란 등으로 인해 최근 소비자들은 음식의 재료, 제조과정까지 안전함을 추구하는 ‘세이푸드슈머(Safety+Food+Consumer)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외식업체들도 이러한 웰빙 트렌드에 맞춰 앞으로 브랜드를 갖춘 식자재를 선호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뿐만 아니라 농가도 대형업체와 계약재배로 인해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할 수 있다.

현재 대형업체와 양파 계약재배하고 있는 신도범 씨는 “양파가격의 폭락에도 불구하고 양파 판로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 농사에만 전념하고 있다”며 “사실 예전에는 그냥 중간 상인 아니면 수집상 마음에 들면 판매해주겠다는 계약이지 진정한 계약재배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미국의 시스코에서 답을 찾아야=미국의 식자재유통강자 시스코는 1969년 창립돼 외식업체 등의 푸드 서비스 업체에 식자재 및 관련 상품을 공급하며 시장점유율이 17%에 달한다.

1970년 상장이후 70번 이상의 인수합병을 거쳤으며 최근 글로벌 시장 확대에도 집중하고 있다. 2002년에는 캐나다 세르카 푸드서비스를 2003년에는 북미의 아시안푸드를, 2009년에는 아일랜드의 팔라스 푸즈를 인수하면서 외형을 키워 나갔다. 외형뿐만 아니라 품질관리에도 힘을 쏟았다.

물류센터간 네트워크 구축으로 인한 신속한 배송과 5개의 품질 등급으로 나눴으며 한국과 달리 생산지에서부터 품질을 관리하기 때문에 식재료에 대한 신뢰감을 심어줬다.

무엇보다도 거래처에 경영 노하우를 공유한 점도 눈길을 끈다.

외식업체와 가격 경쟁을 펼치기 보다 고객의 선호도를 지속적으로 조사, 음식점들과 공유하며 함께 경영 노하우를 제공해 외식업체와의 상생 모델을 만들었다.

양송화 대표는 “미국의 경우 시스코와 같은 대형업체들로 인해 원가 절감은 물론 안전한 식자재를 공급해 외식업체뿐만 아니라 농가와 상생을 하고 있다”며 “한국의 경우 CJ프레시웨이나 현대그린푸드 등 대형업체들이 단기간에 시스코처럼 될 수는 없지만 지금부터라도 중소 식자재 유통업체와의 상생모델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현재 한국의 시장은 중소업체들이 90%이상 시장을 차지하고 있어 식품안전 관리나 품질기준이 어려운 상황이다”며 “산업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대형업체들의 상생 노력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이정환 기자/att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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