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국제유가 폭락에도 불구, 아시아 소비자들이 실생활에서 저유가의 혜택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원인이 탐욕스런 정부에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아시아 소비자들이 저유가에 따른 ‘낙수효과’(trickle-down)를 거의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전하고 그 배경을 분석했다.
실제 국제유가 추락으로 미국 뉴욕의 휘발유 소매가격은 지난 7월 말 이래 26% 하락했지만, 중국 베이징(北京)에선 같은 기간 17% 떨어지는 데 그쳤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선 일부 연료가격이 되려 상승하기도 했다.
올해 6월~11월 미국ㆍ아시아 휘발유 소매가격 추이. 미국 소비자 가격이 26% 떨어진 것과 달리 중국, 인도의 낙폭은 크지 않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선 되려 휘발유 가격이 올랐다. [자료=WSJ] |
저널은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배경으로 정부의 조세ㆍ재정 정책을 지목했다.
세계에서 원유를 제일 많이 수입하는 아시아 국가들은 필연적으로 국제유가 변동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아시아 정부들은 유가가 상승을 지속한 지난 수년 동안 막대한 재정 출혈을 감내하면서까지 연료 보조금을 지급, 경제활동을 촉진해왔다.
하지만 최근 유가가 배럴당 60달러선으로 주저앉으면서 연료 보조금을 지속할 요인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아시아 각국 정부는 그동안 연료 보조금으로 소진한 국고를 다시 늘리기 위해 연료 가격과 세금을 올리기 시작했다.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가 최근 정부가 정하는 연료 가격을 인상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으며, 중국 정부는 2009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달 연료 소비세를 2배 올렸다.
국제유가의 하락세가 연료 가격에 반영되지 않음에 따라 경제성장 둔화가 촉발한 소비 부진도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경우 지난달 자동차 판매량이 2년여만에 최저 수준으로 감소했다. 저유가로 미국의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와 관련 홍콩 HSBC의 프레데릭 뉴먼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에선 소매가격이 빠르게 (국제유가에 따라)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도 빨리 반응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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