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하락으로 미국 ‘스트리퍼 유전’들이 속속 생산 중단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럽도 신규 유전개발 사업이 무산 위기를 맞았고 중동 산유국은 재정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돼 유가하락의 여파가 산유국 전반을 휩쓸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국제유가가 배럴 당 60달러 미만으로 하락하며 일일 생산량이 평균 미만인 유전들이 비용과 효율을 이유로 생산을 중단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클라호마주의 한 스트리퍼 유전회사 관계자는 FT에 “이런 가격에는 우리가 운영하는 많은 유전들이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며 “채굴만 말하는 게 아니라 땅에서 원유를 생산해내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칸소주에서 100개의 스트리퍼 유전을 운영하는 다른 관계자 역시 “일부는 아마 90일 간 생산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생산비용이 배럴당 30달러 후반이라고 밝혔다.
평균 일일 생산량 2배럴 미만의 스트리퍼 유전은 미국 전역에 40만개가 있으며 이는 미국 전체 생산량의 11%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기준 하루 생산량은 70만배럴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인 카타르의 생산량과도 맞먹는다.
스트리퍼 유전은 운영 및 유지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석유 생산업체들은 셰일가스 등 새로운 투자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유럽에서는 다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유가 하락으로 유럽의 추가 유전 개발 사업이 무산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에너지 컨설팅사 우드매킨지 보고서를 통해 생산목표가 49억배럴 규모인 유럽의 유전 개발 사업 32건이 무산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제임스 웹 우드매킨지 연구팀장은 “유럽과 지중해 지역의 석유개발 사업의 70%는 배럴당 60달러가 손익분기점이어서 사업이 승인되려면 유가가 적어도 80달러는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60달러 미만 저유가 상황에선 신규사업 추진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특히 노르웨이 북해유전은 손익분기점이 60달러인 사업이 80%에 달해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유가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영국 영해 내 북해유전 사업 150건도 취소나 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 15일 발표한 10월 지역보고서에서 국제 유가가 60달러로 떨어질 경우, 중동 산유국들의 재정수지가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IMF가 중동 산유국의 재정수지가 균형이 되는 평균 국제유가를 조사한 결과 아랍에미리트(UAE)는 배럴당 78.3달러, 사우디아라비아는 99달러였으며 이라크는 111.2달러, 이란은 130.5달러로 나타났다.
적자를 면하는 국가는 쿠웨이트(54.2달러), 카타르(54.8달러)에 불과했다. 유가하락이 전망되는 내년에도 유가가 60달러 선을 유지할때 카타르(60달러)와 쿠웨이트(54달러)만이 재정수지 균형을 이룰 것으로 전망됐다.
경상수지가 균형 기준도 이란은 61달러, 사우디는 63.5달러, UAE는 64.2달러, 바레인은 66.6달러로 모두 배럴당 60달러가 넘어야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60달러 미만에서도 경상수지가 흑자를 보이는 국가는 32.9달러와 55.9달러의 쿠웨이트와 카타르였다.
한편 12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57.81달러를 기록했고 런던 ICE 선물시장의 브렌트유는 배럴당 61.85달러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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