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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유가 공포…어디서부터 시작됐나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국제 유가가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한때 배럴당 120달러선도 넘보던 브렌트유는 전주말 61달러선으로 주저앉으며 6개월새 50% 가까이 폭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국제 유가의 폭락은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의 ‘마지막 결전’으로 그려지고 있지만 현실은 더 복잡하다”고 지적하고 저유가의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저널은 오늘날 저유가 현상의 근원을 지난 2008년 9월 미국 텍사스 주의 소도시 코툴라에서 시작된 셰일오일 생산에서 찾았다.


샌안토니오 시와 멕시코 국경 사이에 있는 인구 3600명의 코툴라는 ‘셰일혁명’을 가져온 첫 셰일유전, ‘이글 포드 셰일’이 있는 곳이다. 이글 포드 셰일을 첫 단추로 텍사스와 인근 노스다코타 주에서 셰일오일ㆍ가스를 본격 생산하게 된다. 텍사스 남부에만 설치된 셰일오일 굴착장치가 200여개에 이른다.

덕분에 당시 470만배럴에 불과했던 미국의 일일 산유량은 6년 만에 890만배럴로 늘어나게 됐다. 여기엔 2009~2010년 글로벌 경제 회복으로 원유 수요가 증가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생산량 증대에 힘입은 미국은 석유수출국기구(OPEC)로부터 들여오던 원유 수입을 자국의 셰일오일으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원유 수출 법으로 금지한 조치도 OPEC 원유 대체를 부추겼다. 미국은 2008년 8월 1억8060만배럴을 OPEC에서 수입해왔지만, 올 9월엔 그 양이 8700만배럴로 급감했다.

셰일혁명에 따른 미국 원유 생산량 증가 추세. 왼쪽 그래프는 2009~2014년 원유 생산량 (단위는 100만배럴). 오른쪽은 세계 원유 생산량 생산 증감 추이. 붉은선은 미국을 제외한 산유량 변화. [자료=WSJ]

이와 함께 올해 유가 시장에는 가격을 떨어뜨리는 갖가지 현상이 발생했다.

우선 세계 경제 성장의 회복이 더뎌지고 있는 것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인도,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강달러로 타격을 입은 아시아 신흥국들은 원유 구매비용이 상승해 경제에 하방압력을 주고 있다.

맥쿼리 리서치의 비카스 드위베디 에너지 전략가는 “글로벌 경제 성장의 감속이 (원유)수요를 약화시켰다”면서 “미국 달러에 대한 아시아 통화 가치의 약세도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6월에는 미국 정부가 ‘파이어니어 내추럴 리소시즈’와 ‘엔터프라이즈 프러덕츠 파트너스’ 등 에너지업체 2곳에 대해 비정제 초경질유(콘덴세이트)를 수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는 사실이 WSJ 보도로 알려졌다. 1차 석유파동 이후인 1975년부터 원유 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해온 미국의 빗장이 마침내 풀린다는 전망으로 원유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이어 7월 1일엔 리비아 반군이 1년 넘게 봉쇄해온 석유 수출항 2곳의 운영을 재개하기로 정부와 합의했다. 지중해를 통해 유럽으로 공급되는 리비아 원유 수출길이 회복되면서 공급 불안 요인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7월 말 100달러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한 유가는 올해 글로벌 원유 수요가 하루 90만배럴씩 증가할 것이라던 기존 전망을 70만배럴 증가로 하향 조정한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보고서가 나온 10월엔 자유낙하 수준의 급락세를 보인다.

급기야 OPEC이 지난달 말 회의에서 산유량을 유지키로 하고, 감산 의지가 없다는 점을 재확인함에 따라 지난 12일 유가는 배럴당 62달러까지 추락하게 된다.

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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