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텔레그래프 등 외신에 따르면 6개월새 국제유가가 반토막 난 가운데, OPEC 내부에선 원유값이 배럴 당 40달러까지 떨어져도 감산하지 않겠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OPEC 회원국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수하일 알 마즈루이 에너지 장관은 최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유가가 60달러로 가든 40달러로 가든, 우리 마음(감산 반대)은 바뀌지 않는다”며 “우리는 특정 가격을 목표하고 있지 않다. 시장이 스스로 안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가가 40달러까지 더 떨어져도 감내하겠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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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마즈루이 장관은 베네수엘라 등 회원국 일각에서 제기하는 내년 초 OPEC 긴급회동 필요성에 대해 “최소한 1분기 가량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느긋한 입장을 보였다.
이같은 발언이 전해지면서 전주말 5년여만에 최저치인 배럴 당 61.85 달러까지 밀린 브렌트유의 ‘60달러 붕괴’도 시간 문제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브렌트유 60달러는 미국 셰일석유 산업의 경제성을 가늠하는 마지노선이자, 유럽과 지중해 지역 석유개발 사업의 손익분기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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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격대가 붕괴되면 쿠웨이트와 카타르를 제외한 대부분의 중동 산유국도 재정적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진다.
모두가 죽을 수 있는 ‘오일 치킨게임’에 글로벌 금융시장은 공포에 휩쓸리고 있다.
14일 걸프지역 증시는 일제히 폭락하며 연중 최처지를 경신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증시가 3.27% 급락했으며, UAE 두바이 증시는 7.61% 폭락했다.
사상 최고치 경신행진을 이어가던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도 지난 한주간 300포인트 이상 빠졌다.이를 두고 ‘저유가 공포’로 세계 증시가 그동안의 상승장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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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CNN 머니가 개발한 CNN 공포 & 욕망 지수는 ‘공포’ 모드에 진입했다. 글로벌금융시장이 ‘극도의 공포’에 근접한 것으로 해석된다.
삭소 뱅크의 피에르 마틴 거래인은 CNN머니에 “석유가 증시를 대학살 했다”면서 “현재로선 유가 바닥이 보이지 않는 게 시장을 겁먹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저유가판(版)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의 셰일개발 자금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약식대출채권(커버넌트라이트론)’이 저유가 공습으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약식대출채권은 자금 회수 위험이 높은 채권으로, 디폴트(채물 불이행)가 나면 은행 등 금융기관의 구제를 받을 수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미국의 고수익 약식대출채권 대출 잔액은 2013년 2500억달러로, 주로 미국 셰일개발업체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사용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유가하락이 계속되면 자금 회수가 힘들어진다”며 “약식대출채권은 2008년 미국 주택 거품 붕괴를 초래한 ‘서브프라임모기지’의 유가판으로 시장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전개발 무산 위기 우려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영국 선데이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에너지 컨설팅사 우드매킨지는 유가 하락으로 북해유전을 비롯해 생산 목표 49억 배럴 규모의 유럽 유전 개발 사업 32건이 무산 위기를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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