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급락은 러시아ㆍ이란 등 산유국과 미국 석유메이저에는 악재지만 소비지출 확대 등 긍정적인 면을 가진 ‘양날의 칼’이지만 최근 단기 급락세에 놀란 글로벌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1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는 글로벌 경기 부진에 따른 내년 수요 감소 전망에다,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의 감산 부인 발언이 겹치며 5년 5개월만에 최저점으로 하락했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브렌트유는 3.81% 떨어진 배럴당 64.29달러 선에 거래됐다.
이날 원유시장은 수요와 재고, 공급 측면에서 동시에 큼직한 악재를 만났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이날 월례 보고서에서 내년 원유 수요 전망을 낮췄다. OPEC은 2015년 전 세계 원유 수요가 올해의 하루 2940만 배럴보다 적은 하루평균 2892만 배럴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1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주 미국의 원유 재고량이 145만 배럴 늘어 3억8079만 배럴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220만 배럴이 떨어질 것으로 봤던 시장의 예측은 빗나갔다.
유가가 6개월새 40% 이상 급락하자, 시장에서는 OPEC이 내년 6월 정례회동 이전인 내년초께 특별 회동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유가 급락세를 저지할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던 OPEC의 감산 기대감은 사우디 장관의 발언이 전해지며 실망감으로 돌변했다.
OPEC의 감산 합의 불발을 이끌며 3차 오일전쟁을 촉발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알리 알-나이미 석유장관은 이날 유가급락에 따른 감산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모든 원자재 가격은 시장 논리에 따라 오르고 내리기 마련이다. 왜 우리가 감산을 해야 하는가”라고 감산 가능성을 일축했다.
로이터통신은 이에 대해 사우디가 그동안 견지해온 ‘스윙 프로듀서(swing producer: 생산량을 조정해 수급을 원활하게 하는 당사자)’ 역할을 포기할 것임을 내비친 것으로 분석했다.
최대 산유국으로 OPEC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사우디의 감산 부인으로 유가는 당분간 추가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OPEC이 더 이상 존재 의미가 없으며, 원유 가격이 배럴당 50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BOA는 WTI 가격이 55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미 셰일가스 생산업체 중 절반이상의 경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BOA는 “원유 가격의 가격 하락은 세계경제에 1조 달러에 상당하는 자극제가 될 것이며, 이는 2015년 7300억 달러의 감세 효과와 맞먹는다”고 밝혔다.
모건스탠리는 내년 브렌트유 가격을 기존 전망치 98달러에서 70달러로 하향조정하고, 43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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