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이 꼭 아이폰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아이폰이 혁신의 아이콘으로 우리에게 자리매김해, 우리는 아이폰 이상 가는 것만 혁신이라고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그리고 아이폰을 뛰어 넘는 무언가에만 ‘혁신’이라는 명패를 붙여준다. 그렇다 보니 우리나라에는 혁신이 없는 듯 보인다. 과연 혁신이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혁신의 눈높이를 너무 높게 잡아서 그렇다. 아이디어 상품들을 파는 곳에 가면 눈을 사로 잡는 제품들이 넘쳐난다. 이것 모두 크지는 않지만 분명 혁신이다. 작은 혁신은 점점 쌓이고, 모여 큰 혁신으로 거듭난다. 아이폰의 혁신도 이와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단번에 아이폰이 나온 게 아니다. 아이폰이라는 혁신의 집합체를 위해 수 많은 작은 혁신의 과정이 쌓이고 모였다.
이런 점에서 올해 전세계적으로 혁신적인 제품으로 꼽히는 ‘셀카봉’은 아이폰 이상가는 혁신 제품이다. 이 셀카봉을 통해 우리는 혁신이 갖고 있는 중요한 습성을 알 수 있다. 바로 사소한 것의 변화가 혁신의 시발점이라는 부분이다. 셀카봉은 천재적인 융합 능력과 사물을 꿰뚫는 관통력을 발휘해 만들어진 창조와 혁신, 창의의 복합체다.
셀카봉은 영어로 ‘selfie stick’이라 부른다. 수백년 전 카메라가 처음 발명됐을 때도 자신의 얼굴을 혼자 찍어 보고 싶은 욕구가 있었지만, 이런 욕구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부족했다. 카메라는 타이머 기능을 추가해, 10초~20초 후에 자동으로 셔터가 눌리는 기능으로 만족했다. 셀카봉 발명가가 누구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설(說)들만 있다. 그러나 셀카봉을 특허 등록해 소위 대박이 났다는 개발자가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봐 마땅히 원조 발명자가 누군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셀카봉이 우리에게 전달하는 가장 중요한 교훈적 메시지는 사소한 혁신이라지만 그 변화의 크기는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적당히 긴 막대기(Stick)에 스마트폰을 고정시킬 수 있는 장치만 해주면 끝이다. 접었을 때는 30cm 안팎, 펴서 늘렸을 때는 1m 안팎이 된다. 스마트폰을 터치해야 하는데, 쭉 편 막대기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블루투스를 이용해 스마트폰을 터치하는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덧붙여졌다.
이처럼 혁신은 너무 크지 않은, 아이폰 같이 엄청난 정보기술(IT) 제품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가능하다. 거대한 혁신만이 혁신이라고 생각하는 구시대적 발상은 벗어 던져야 한다. 새로운 생각을 하고, 거꾸로 뒤바꿔 보고, 어울리지 않을 듯한 것도 시도해 보는 생각과 행위가 바로 혁신의 시발점이다.
‘엉뚱한 생각’이 그래서 중요하다. 혁신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익숙함에서 벗어나야 하고, 좀 더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선(線)이 있는 이어폰에서 무선 이어폰이 개발된 것도, 짜는 치약이 아닌 펌프를 눌러 쓰는 치약이 개발된 것도 다 혁신이다. 혁신이 아이폰이나 전기차, 인공위성을 만들 때만 실현되는 게 아니다. 우리 일생생활로 혁신을 가져와 보는 작은 노력이 혁신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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