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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욕망의 풍경, 그 서글픈 환상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서재 밖으로 골프장이 보인다. 호수는 거울처럼 하늘을 품고 있다. 그림같은 풍경인지 실제 풍경같은 그림인지 모호하다. 책장에 꽂힌 책들은 먼지 하나 없이 정돈돼 있다. 제목이 없는 책들은 그저 책이라는 지적 허영심만으로 존재하는 듯 하다.

연필, 책, 새 등의 정물 이미지를 강렬한 색채로 꽉 찬 화면에 담아 왔던 홍경택(46)은 크리스티의 스타 작가다. 2013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그의 작품 ‘연필 1’이 85만8181달러(약 9억6000만원)에 낙찰되며 역대 한국 작품 중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서재-골프장, 194x259㎝, 린넨에 아크릴ㆍ유채, 2014 [사진제공=페리지갤러리]

그런 그가 이번엔 산, 하늘, 우주 등 풍경을 담은 신작들을 선보였다. 색상은 전작보다 훨씬 차분해졌다. 그의 작품 ‘서재-골프장’은 자본주의 욕망의 상징적 공간인 골프장을 배경으로 서재가 있는 풍경이다. 서재는 인간이 진화라는 이름으로 발전시켜 온 지식 문명의 프레임, 이 또한 소유하고자 하는 인간 욕망의 오랜 축적물이다. 홍경택의 ‘서재-골프장’은 욕망의 프레임 안에서 욕망하는 것을 바라보는 서글픈 풍경의 단면일지도 모르겠다.

전시는 1월 31일까지 페리지갤러리(서초구 반포대로).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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