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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ㆍ방송ㆍ출판의 ‘콜라보’…100인의 배우, 우리 문학을 읽다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이번 콜라보레이션은 4개의 분야가 참여합니다. 세 개의 미디어와 하나의 이야기죠. 4개 분야의 공통점은 각 장르에서 가장 오래되고 깊은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현재 한국에서 가장 어려운 환경에 있다는 것입니다. 연극은 공연예술의 가장 오래된 장르이지만 다른 디지털 매체의 상황에 비하면 어렵습니다. 전파 대중 매체의 선구자인 라디오도 쉽지 않은 처지입니다. 인쇄 미디어의 가장 오래된 영역인 출판도 현재 어려운 상황에서 새로운 모색 중입니다. 가장 오래됐지만 어려운 상황에 있는 세 개의 미디어가 그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있는 문학과 만났습니다. 그럼 더 어려워질까요, 새로운 길을 찾게 될까요”

커뮤니케이션북스의 박영률 대표는 “지금은 거의 읽지 않고 있는 한국 근현대문학의 세계로 젊은이들을 초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고, “방송과 오디오북을 통해 손 안으로 들어온 20세기 한국인들의 삶이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감각으로 젊은이들에게 다가갈 것”이라고 했다. 또 “문학이 문화를 통해 소개된 이후에 잃어버린 본질, ‘소리성(性)을 다시 찾음으로서 새로운 존재성을 띠게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동시대를 대표하는 100인의 배우들이 1900년대 이후 한국 대표 문인들의 대표 단편소설을 낭독하는 프로젝트 ‘100인의 배우, 우리 문학을 읽다’를 두고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100인의 배우, 우리 문학을 읽다’는 강부자, 이순재, 김석만, 남명렬, 박정자 등 관록의 배우들로부터 황정민, 남경주, 예지원, 박철민, 송일국 등 스타연기자들까지 100명의 배우들이 나혜석부터 현진건, 김동인, 염상섭, 이기영, 이태준, 박태원, 황순원, 김동리 등 한국 근현대문학을 빛냈던 명작들을 낭독해 라디오로 방송하고, 오디오북으로 만들어져 독자들을 만나는 프로젝트다. 


한국연극인복지재단(이사장 박정자)이 배우 100인을 ‘캐스팅’했고, EBS(사장 신용섭)는 라디오채널로 방송하며, 커뮤니케이션북스는 작품 선정과 오디오북 제작을 맡았다. 세 기관, 그리고 연극ㆍ방송ㆍ출판ㆍ문학의 콜라보레이션이다.

지난 2일 서울 동숭동 예그린씨어터에선 세 기관 및 단체의 대표와, 낭독에 참여하는 송일국, 예지원, 남명렬, 김석만, 김호정 등이 참석해 제작발표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박정자 이사장은 “독자와 청취자들에게 배우들의 성의와 향기를 전하고 작가들의 좋은 작품들과 만날 수 있는 환상적인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BS 신용섭 사장은 “한국문학의 우수성을 보여주고, 전국민의 독서와 문화 수준을 높이는 데 일조하는 계기”라며 “제작역량을 발휘해서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밝혔다.

1926년 발표된 김명순 작가의 ‘나는 사랑한다’ 낭독을 맡은 박정자 이사장은 “테크닉보다는 배우들의 진솔한 감성이 듣는 이들에게 감동을 줄 것”이라며 “원칙이 있다면 토씨 하나라도 틀리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의 ‘석공조합대표’(1927)를 읽을 예정인 송일국은 “연극배우로선 이제 첫 작품을 한 신인인데 기라성같은 배우들 틈에 끼게 돼 영광”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예지원은 “책을 열심히 읽고 연습을 많이 해야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 자리에서 예지원은 정비석의 ‘성황당’(1937) 낭독을 시연했다.

낭독 작품은 한국 근현대문학 중단편 소설 중에서 문학사적 가치와 작품성, 그리고 낭독성을 고려해 작가별로 각 1편씩 총 100편을 선정했다. 1차로 근대문학 태동기인 1910년대부터 한국전쟁 전까지 발표된 작품 중 50편을 선정했으며, 2차는 한국전쟁부터 제5공화국 시기까지 50편을 선정할 예정이다. 작품선정은 커뮤니케이션북스가 자사의 브랜드인 ‘지식을만드는지식’으로 3년전 펴낸 ‘한국근현대대표작가 100선’을 기본으로 했다. 특히 배우들은 발표 당시의 표기와 어투 그대로 작품을 읽게 돼 더욱 주목된다.

낭독 작품은 내년 1월부터 EBS FM ‘책 읽어 주는 라디오’에서 방송된다. 이후 오디오북으로 제작해 공공 및 초중고 도서관에 유통하는 것은 물론 여러 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개인에게도 판매된다. 시각장애인학교, 다문화자녀 등을 위한 무료 배포도 예정돼 있다. 추후 스마트폰용 앱 개발도 추진된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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