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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하이라이프]10억달러를 100달러 지폐로 쌓으면?...빌리어네어의 ‘위용(?)’

[특별취재팀=홍승완 기자]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비행사 스티브 오스틴 대령은 우주 왕복선 실험 도중 사고를 당한다.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한쪽 눈이 실명하고 두 다리가 불구가 된다. 그러나 그의 능력을 높이 산 미국 정부의 비밀기관 OSI가 신체 특수 개조수술을 벌여 그를 막강한 바이오닉 능력을 가진 요원으로 키운다. 그의 수술에는 600만 달러라는 거액이 투입된다”

600만달러의 사나이로는 삼성동 아이파크 한 채도 사기 힘든 시대다.

1973년부터 1978년까지 전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았던 미국 ABC방송국의 대히트 TV시리즈 ‘600만달러의 사나이(The Six Million Dollar Man)’의 이야기다. 50대 이상의 장년층이라면 주인공 스티브 오스틴 역을 맡은 리 메이저스(Lee Majors)의 그윽한 눈빛과 함께 손에 땀을 쥐게 했던 명장면들이 머리에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이 이야기는 크게 감흥을 주지 못한다. 삼성동 아이파크의 펜트하우스 한 채 값도 안되는 600만달러(한화 65억원 상당)로 무적의 사이보그 인간을 만들어낸다는 설정 자체가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40년 사이 그만큼 세계 경제규모가 커지고 자산가격이 상승하면서 화폐의 가치가 떨어졌다.

지금은 빌리어네어의 시대다. 70년대까지만 해도 밀리어네어(백만장자)면 정말 돈 많은 사람으로 꼽혔지만, 이제는 자산 10억달러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초거부 대접을 받는다. 각국의 경제와 산업을 손에 쥐고 움직이는 소수의 거부들은 이제 대다수가 빌리어네어가 됐다. 포브스나, 블룸버그 같은 경제전문 매체들이나 각국의 금융기관들이 정기적으로 전세계 빌리어네어의 숫자를 집계해 발표하는 것도 그때문이다.

싱가포르 자산정보업체 ‘웰스엑스’가 지난 9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세계에는 10억달러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빌리어네어는 2325명이 있었다. 세계 인구의 0.0003%이다. 포브스의 주간 단위 집계에서도 주식시장 상황에 따라 매주 적게는 1700명에서 많게는 2000명 사이의 빌리어네어가 집계된다. 우리나라에도 30명에 가까운 빌리어네어들이 존재한다.

이렇게 빌리어네어들이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10억달러는 역시 큰 돈이다. 일반인들은 이 돈으로 뭘 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것조차 힘들 뿐더러, 그 많은 돈을 보관하는 것조차 큰 일이다.

실제로 미국의 경제전문 매체들이 분석해놓은 것에 따르면 1억달러를 100달러 지폐뭉치로 쌓아도 아래의 그림처럼 큰 장롱 하나만큼의 사이즈가 나온다. 

100달러 지폐 뭉치로 1억달러를 쌓았을 때.

1빌리언 달러(10억달러)는 그 10배다. 이를 역시 100달러 지폐로 쌓으면 아래와 같은 모습이 나온다고 한다. 저택이 아니면 집에 돈을 모셔두기도 힘들 정도다. 

100달러 지폐 뭉치로 10억달러를 쌓았을 때.

하지만 컴퓨터 그래픽만으로는 이게 얼마나 많은 돈인지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10억달러가 얼마나 많은 돈인지를 우회적으로 짐작할 수 있는 사건이 하나 있다. 지난 2007년 멕시코 정부가 자국 내 마약왕을 잡아들였을 때의 일이다. 수도인 멕시코 시티의 교회에 있는 이 범죄자의 은신처를 급습했을 때 경찰들의 눈을 놀라게 한 건 집안 가득하게 있던 100달러 뭉치였다. 지폐뭉치가 웬만한 킹사이즈 침대 두개분에 달했다. 사진을 봐도 엄청나게 많은 현금 뭉치에 놀라게 된다. 아쉽게도(?) 이 현금다발들의 총합은 2억700만달러에 그친다. 10억달러면 사진 속 현금 다발의 다섯배 정도 되는 규모다.

2007년 멕시코의 마약왕의 피신처에서 발견된 2억700만달러 규모의 100달러 지폐 뭉치.

그렇다면 현재 지구상에는 어느 정도 되는 돈이 있을까. 전문기관들이 추정한 바에 따르면 현재 지구상에는 대략 75조달러의 돈이 돌아다니고 있다. 그 가운데 5조에서 6조달러만 동전이나 지폐 같은 실제 화폐이고 나머지는 계좌 안에서 숫자로 존재하고 있는 돈이다.

1조달러(1 Trillion dollars)는 엄청난 돈이다. 이를 역시 100달러 지폐로 쌓으면 항구에 쌓여있는 수십개 컨테이너 박스만큼의 양이 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가예산이었던 342조원의 세 배에 달하는 액수다.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최고 부자인 빌 게이츠의 재산도 750억~800억 달러를 오간다. 닷컴 버블이 정점에 달했던 90년대 말에도 빌 게이츠의 재산은 최대 1300억달러를 넘지 않았다. 그보다 8배 정도 많아야 1조달러가 완성된다. 때문에 세계의 전문기관들은 그간 자산 1조달러를 보유한 트릴리어네어(trillionaire)가 등장하려면 최소한 1~2세기의 시간은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해 왔다.
 
1조달러를 100달러 지폐로 쌓으려면 부두 하나를 채워야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일부 다른 의견도 나온다. 신흥 부국을 중심으로한 세계 경제의 성장과 빠른 자산가치의 성장속도를 감안하면 예상보다 1조달러를 가진 부자가 나올 수 있다는 진단이다.

지난 4월 미국 CNBC방송은 입소스 등 시장분석기업들의 자료들을 토대로 트릴리어네어의 등장 가능성을 점쳤다. 1982년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400대 부자의 기준은 7500만달러 이상이었으나 불과 30년 만에 그 기준이 13배 이상인 10억달러로 바뀌었다는 데 착안해 트릴리어네어의 등장 시기가 예상보다 빠를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앤즈류 아모일스 뉴월드웰스 선임 애널리스트는 “미국과 러시아, 중국, 인도 등을 포함한 각국의 성장전망과 주가수익률, 1인당 국내총생산(GDP), 원자재가격, 환율 등을 고려했을 때 향후 25년 내에 1조달러 자산가가 나타날 확률이 11% 정도라고 예상했다.

세계 최고의 부자 빌 게이츠. 그는 세계 최초의 조만장자(Trillionaire)가 될 수 있을까.

최초의 트릴리어네어 후보는 역시나 빌 게이츠다. 이들의 분석에 따르면 2039년이면 세계 부의 총액이 최소 300조달러 정도 될 것으로 예상되며 세계의 400대 부자가 이중 8%만 가진다고 가정하면 24조 달러를 손에 쥘 수 있다. 현재 게이츠는 400대 부자들의 자산 중 3.6%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를 대입할 경우 게이츠 재산이 8500억달러에 달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추세가 조금 더 이어지고 올해 60세인 게이츠가 장수한다면 그가 생전에 사상 첫 ‘조만장자’에 등극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 역시 호사가들의 분석이라 현실이 될지는 알 수 없다. 빌 게이츠는 이미 죽기 전에 99%의 재산을 모두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게이츠의 말 대로라면 그는 역사에 조만장자 대신 ‘1조달러를 기부하고 죽은 사나이’로 기록될 가능성이 더 높다.

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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