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형 세아홀딩스회장·함영준 오뚜기회장도 소유
6차엔 배우 송승헌·오치훈 대한제강 사장 집도
효성빌라는 허준 삼아제약회장이 한 채 보유
[특별취재팀=성연진ㆍ윤현종ㆍ김현일 기자] IMF 위기가 닥친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대우건설은 청담동의 낡은 연립주택과 다세대 주택 등을 집중적으로 매입해 고급 빌라로 재건축하면서 이 일대의 풍경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특히 청담동 117번지를 중심으로 대우건설의 고가브랜드인 대우로얄카운티 빌라들이 한데 모여 있다. 이곳은 일찍이 유명 연예인들의 보금자리로 널리 알려졌을 뿐만 아니라 현재 LG그룹을 포함한 기업 오너 일가 사람들 소유의 집도 다수 존재하고 있었다
▶범LG가(家) 사람들 모인 대우로얄카운티 1, 3차=대우빌라청담로얄카운티(이하 로얄카운티 1차)와 대우로얄카운티 3차(이하 로얄카운티 3차)의 주요 소유자 중에는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3남인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을 포함해 범LG가(家) 사람들의 이름이 눈에 띈다.
구본준 부회장은 로얄카운티 1차가 준공된 다음 해인 2000년에 이 집을 취득해 지금까지 갖고 있다. 전용면적 244.95㎡ 규모로 침실 5개, 욕실이 3개인 구조로 돼 있다. 현재 시가는 최소 40억원 선으로 추정된다.
1차와 마주보고 서 있는 로얄카운티 3차는 면적이 244.68㎡로 1차와 동일한 구조다. 여기에는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과 구자용 LS네트웍스 회장 명의의 집이 있다. 구본식 부회장은 구자경 명예회장의 4남이자 구본준 부회장의 동생이다. 둘째 형 구본능 회장과 함께 1996년 LG그룹으로부터 독립해 현재 희성그룹을 이끌고 있다.
구자용 회장은 구인회 LG 창업주의 넷째 동생인 구평회 LS그룹 공동 창업주의 차남이다. 현재 구 회장은 LS그룹 내 E1 사업부문 회장도 맡고 있다.
등기부등본상으로 두 사람은 2003년 2월 나란히 이 집을 취득한 것으로 돼 있다. 올해 1월 기준, 이 주택의 공시가격은 22억2400만원으로, 2005년의 17억원에 비하면 10년 새 5억여원 뛰었다. 매매가는 32억원대로 평가되지만 작년에 경매로 나온 한 가구의 감정가가 38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실제 시가는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구 씨 일가 외에도 로얄카운티 1, 3차 소유자 중에는 기업 오너 일가가 적지 않다. 이순형 세아홀딩스 회장과 고(故) 김성곤 쌍용그룹 창업주의 차녀이자 김석원 전 회장의 누나 김의정 명원문화재단 이사장은 각각 1999년과 2001년에 로얄카운티 1차에 집을 마련했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과 김정수 일산방직 대표도 각자 본인 명의로 2003년 2월, 로얄카운티 3차의 집을 취득했다.
이들 대부분은 실제 여기에 거주하지 않고, 전세를 준 것으로 확인됐다.
비(非)기업인 중에는 오정소 한국정보기술연구원 이사장과 윤재륜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가 눈에 띈다. 오정소 이사장은 군인 출신으로 중앙정보부와 안기부에서 근무했으며 김영삼 정부 때 대공정책실장과 안기부 1차장을 지내는 동안 불법도청 조직을 운영한 문제로 논란을 빚은 인물이다. 그는 2000년 9월 로얄카운티 1차에 집을 마련했다.
윤재륜 교수는 농약 제조업체인 성보화학 윤장섭 명예회장의 아들로, 성보화학의 주식도 일부 소유하고 있다. 윤경립 유화증권 회장이 그의 동생이다. 윤 교수는 2003년 2월 로얄카운티 3차에 입주했다.
▶배우 전도연 남편 강시규ㆍ배우 송승헌이 점찍은 대우로얄카운티 6차=2005년 준공된 대우로얄카운티 6차(이하 로얄카운티 6차)는 로얄카운티 브랜드 건물 중 가장 최근에 지어졌다. 침실 4개에 욕실 2개로 1ㆍ3차에 비해 면적은 작지만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바로 옆에 청담초ㆍ중ㆍ고교가 있고, 지대가 높아 한강이 내려다보인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배우 전도연 씨의 남편 강시규 씨는 2005년 11월 이 집을 취득했으며 2007년 결혼 후 ‘전도연 신혼집’으로 유명세를 탔다. 복층형 구조의 펜트하우스(맨꼭대기층 집)인 전씨 부부의 집은 전용면적 191.59㎡ 규모로, 시가가 최소 16억원으로 추정된다.
같은 빌라에는 배우 송승헌 씨 소유의 집도 있다. 송씨는 2011년 4월에 166.3㎡ 규모의 이 집을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등기부등본상에는 이전 소유자가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여동생 구훤미 씨였던 것으로 나와 있다. 등본에 기록된 이 집의 최근 거래가는 18억2000만원으로, 현재 매물로 나올 경우 최소 17억원 이상을 호가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연예인 외에도 로얄카운티 6차에는 기업인의 이름도 보인다. 철강업체인 대한제강의 오치훈 사장은 2005년 이 집을 취득해 갖고 있다. 대한제강 창립자인 오우영 회장의 손자이자 오완수 현 회장의 아들인 오 사장은 2008년부터 이미 대한제강의 최대주주로 올라섰으며 올 1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조카이기도 하다.
▶허준 삼아제약 회장…효성빌라, 대우로얄카운티 각각 1채씩 소유=로열카운티 6차에서 한강변 쪽으로 내려가면 효성빌라 1차가 보인다. 효성빌라 1차는 1982년 준공된 빌라로 청담동 일대 고급 빌라 중에선 ‘나이가 많은’ 축에 속한다. 그러나 한강변과 가깝고, 내부시설이 화려해 매물이 귀한 곳이다. 2008년부터는 재건축에 대한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면 1982년부터 30여 년째 이 집을 갖고 있는 소유자도 있으며 올 3월에 취득한 이도 있다.
허준 삼아제약 회장도 효성빌라에 집 한 채를 갖고 있다. 아버지 허억 명예회장이 1982년부터 갖고 있었던 집으로, 지난 2003년 증여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총 3개층으로 이뤄진 주거공간의 전용면적은 221.88㎡이며 지하실과 주차장까지 더하면 256.79㎡에 이른다.
1997년 국세청이 매긴 기준시가로는 6억3000만원이었으나 올해 공시가격은 19억2000만원으로, 20여년 사이 3배 넘게 올랐다. 매매가는 최소 25억원으로 추정된다.
허준 회장은 지난해 대우로얄카운티 3차에도 개인 명의로 집 한 채를 사들여 갖고 있다. 게다가 삼아제약 사옥은 이들 집에서 불과 150m 떨어진 거리에 있다. 시세가 최소 289억8000만원으로 추정되는 사옥 부지 역시 허준 회장과 동생 허미애 이사가 공동 소유하고 있어 청담동 일대에만 허준 회장 소유의 부동산이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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