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현대자동차와 KB국민카드가 자동차 복합할부금융 수수료율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는 가운데 자동차산업협회가 “현재의 수수료율은 과도하다”며 합리적인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현행 자동차 복합할부 수수료는 거래구조와 원가구조를 고려할 때 일반 카드거래와 같은 1.9%의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자동차 복합할부는 일반 카드거래와 달리 자금조달비용과 대손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자동차 판매사로부터 받은 1.9%의 수수료율 가운데 1.37%를 캐피탈사에 넘겨주고, 캐피탈사가 이를 자사의 영업에 활용하기 때문에 자동차사의 의사와 관계없이 캐피탈사의 영업비용을 지원해주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협회는 그러면서 “카드 복합할부가 확대됨에 따라 자동차업계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판촉 재원과 기회를 상실하게 돼 결국 자동차 가격의 상승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곧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자동차업계는 2010년부터 4년간 카드복합할부 수수료로 1872억원을 부담했다.
협회는 최근 금융당국이 자동차 금융의 독과점을 막기 위해 캐피탈사 한 곳이 특정 자회사의 금융상품을 25% 이상 취급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에 대해서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의 계열할부금융 이용 비중을 보면 BMW 79%, 폴크스바겐 70%, 닛산 68%, 혼다 66%, 도요타 63% 등이며, 현대차와 기아차는 63%와 49%다.
김용근 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전 세계 자동차업체들이 계열 할부금융을 통해 자동차 판촉활동을 하는 상황에서 한국만 금융정책 당국이 이를 규제하겠다는 것은 공정성과 형평성을 상실한 과도한 규제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자동차산업협회는 국내 완성차업체 5개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로, 이런 입장을 발표한 것은 현대차와 KB국민카드의 협상 마감 시한(17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현대차에 힘을 실어주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현대차와 KB국민카드는 두 차례에 걸쳐 가맹점 계약 기간을 연장하며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는 KB국민카드에 현행 1.85%인 가맹점 수수료율을 1.0∼1.1% 정도로 내려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이에 대해 KB국민카드는 가맹점 수수료율을 기존 1.85%에서 1.75%로 0.1%포인트 이상 낮추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 이하로 낮추면 적격비용 이하로 낮아지게 돼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맞서고 있다.
현대차는 적정 수수료율이 합의될 때까지 KB국민카드 측이 복합할부 상품 취급을 일시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17일까지 밝히면, 계약 기간을 연장해 수수료율 협상을 계속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복합할부금융이 끼지 않은 일반 카드와 체크카드 거래는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도 전달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직 KB국민카드 측에서 답변이 오지 않았다”며 “끝내 거부한다면 가맹점 계약을 종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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