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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실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있나…연극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
[헤럴드경제=신수정 기자] 아버지 크리스토퍼는 중국어 공부에 매진하지만 청각장애인 막내아들 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화를 배우지 않는다. 빌리는 가족들의 입술을 유심히 살펴보며 대화 내용을 유추한다. 가족들은 빌리가 잘 알아듣지 못하면 “보청기를 확인해”라고 말한다.

어느날 빌리는 청각을 잃어가고 있는 여자친구 실비아를 집에 데려온다. 크리스토퍼와 큰아들 다니엘은 수화를 사용하는 실비아에게 철학적인 말이나 “만약 ~한다면”과 같은 가정법 혹은 빈정대는 말투를 수화로 표현할 수 있냐고 캐묻는다.

빌리는 가족들이 실비아를 대하는 태도를 보고 그동안 가족들이 자신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화가 난 빌리는 가족들에게 수화를 배우지 않으면 더이상 대화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사진제공=예술의전당]

그런 빌리에게 엄마는 “이해한다”고 했지만 “이해 못 하겠어”라는 그녀의 속마음이 자막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집에 놀러온 실비아에게 크리스토퍼가 건넨 “잘 지냈니”라는 인사 속에 담긴 “임신했니”라는 속마음 역시 자막으로 흘러나온다.

가족들의 가식과 겉도는 대화에 지친 빌리는 집을 나간다. 빌리가 떠나자 “너는 인생을 허비하고 있어” 등과 같은 환청에 시달리고, 말을 더듬던 다니엘의 증세가 점점 심해진다.

연극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한집에 살며 서로을 위한다고 믿고 있지만, 각자 자기가 편한 방식대로 상대방을 위하는 척하고 있는 가족 구성원들을 꼬집는다.

빌리는 대화를 한다고 하지만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서로 하고싶은 말만 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모두 청각장애인”이라고 말한다.

빌리역의 이재균과 다니엘역의 김준원을 비롯 배우들의 호연이 감동을 선사한다.

이재균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청각장애인으로부터 3개월 전부터 수화를 배웠다”며 “이전 작품에서 맡았던 사이코패스보다 청각장애인을 이해하는 것이 더 어려워서 훨씬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은 영국 작가 니나 레인의 작품으로 2010년 영국 런던 로열코트극장에서 초연했다. 오는 12월 14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한다.

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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