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최근에는 직장생활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가정을 잘 챙겨야 일도 잘되고 업무 효율도 높아진다는 게 상식으로 자리잡는 분위기다. 이른바 ‘일과 가정의 양립이다. 정부도 ‘일가(家)양득’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결혼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아이가 없는 안산도시공사의 이지섭(32ㆍ여) 주임. 이 주임은 얼마 전 회사의 독특한 탄력근로시스템을 활용하면서 직장 다니는 재미가 더욱 커졌다.
이지섭 주임은 일할 때 일하고 쉴 때는 편하게 쉬어야 되는데,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쉴 때도 눈치를 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얼마전 휴가 때 여행을 떠났던 벨기에 그랑플라스에서의 모습. |
안산도시공사의 탄력근로시스템은 바로 ‘근로시간저축제’. 바쁠 때는 초과근무로 근로시간을 저축하고, 이를 쌓아 뒀다가 필요할 때 은행에 예금한 돈 빼 쓰듯 휴가를 갈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 주임은 지난 인천 아시안게임 때 하루 5~6시간 씩 초과근무를 해 50시간의 근로시간을 저축했다. 그의 근로시간저축 통장에는 모두 6일이 쌓였다. 이 주임은 얼마 전 4일을 사용했다.
그는 “4일 중 3일은 일 때문에 바빠서 미뤄뒀던 치과 치료를 받았고, 1일은 조용히 근교로 나들이를 가서 쉬다 왔다”며 “처음 써 봤는데 너무 좋았고 나중에도 또 쓰고 싶다”고 말했다.
근로시간저축제를 쓰기 전 이 주임은 일이 많더라도 추가 근무를 하지 않고 정시에 퇴근했다. 다음날 하면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을 미루니까 집중력과 업무 효율이 떨어졌다. 그래서 생각을 바꿨다.
“일이라는 게 어쩔 때는 넘쳐 나게 많을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근로시간저축제를 활용하면 업무 효율도 높아지고 나중에 저축한 시간을 휴가로 받아 쉬게 되면 삶의 질도 높아지지 않겠어요”
직장 동료들은 근로시간저축제를 적극 활용하는 이 주임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일부는 상사 눈치를 보느라, 일부는 한 번도 해본 적 없어서 이 주임의 일탈(?)이 생소하게 느껴져서다.
일반 직장에서는 요즘도 월차나 연차를 제 때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출근해 일에 매진하는 것도 아니다. 투덜투덜 불만을 토해내며 시간을 때우기 일쑤다.
이 주임은 “휴가를 가면 일 없는 사람 취급하는 직장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며 “편하게 쉴 수 있어야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다는 걸 알기에 모든 사람이 실천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중에 아이가 생겨 육아를 하게 되면 근로시간저축제를 더욱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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