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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경제 ‘나홀로 호황’인데…집권당에 싸늘한 표심 왜?
3분기 성장률 3.5% 선진국중 최고…실업률 줄었지만 바닥선 실감 못해
외교 · 인종…오바마 리더십에 실망…정치 불신에 미래 불안까지 겹쳐



‘나홀로 경제 호황 누리는 미국 집권당이 중간선거에서 패하는 이유는?’

4일(현지시간) 치러질 미국 중간선거에서 집권 민주당은 8년 만에 처음으로 상원을 공화당에 내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역설적인 것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 경제가 지난 10년새 가장 빠른 경제회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은 3.5%로 선진국 가운데 독보적이었다.

경기침체 터널에 갇힌 유럽(2분기 성장률 0.0%)과 일본(-7.1%)과는 달리 미국은 세계경제 기관차의 위상을 회복하고 있지만 오바마와 민주당은 되레 역풍을 맞았다.

이번 미국 중간선거에서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경제 만능설이 통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

▶역풍맞은 ‘경제만능설’=미국민의 민심이 싸늘한 이유로는 ▷고용 실망 ▷리더십 부재 ▷정치불신 ▷사회분열 등이 꼽히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4일 “미국의 고용 회복은 사회 저변까지 확대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업률은 5.9%로 6년여만에 최저치를 보였지만 중ㆍ저소득층은 회복세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의 경제정책 지지율이 24%에 그친 것이 그 방증이다.

한때 제조업 중심지였던 아이오와주 더뷰크 시에 사는 슈 솜(60)은 “실업률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늘어나는 것은 파트타임 일자리뿐”이라며 “이번에 공화당을 찍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오바마 외교력 ‘뜨거운 감자’=오바마의 외교력은 이번 선거의 ‘뜨거운 감자’였다.

우크라이나 위기와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확산에 선제 대응하지 못하면서 리더십에 의문이 제기됐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나라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응답은 30% 미만인 반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응답은 60% 이상으로 나타났다.

▶사회 분열 가중=설상가상으로 인종차별 문제는 기름을 부었다.

그동안 미국민들은 보수주의와 자유주의 양극화 속에 정치적 지향점이 다른 사람들에게 적대감을 드러내왔다.

이런 와중에 지난 8월 퍼거슨 시에서 흑인소년이 백인경찰이 쏜 총에 사망하는 등 인종문제가 잇달아 발생하자 최초의 흑인 대통령 오바마 정부에 거는 기대를 실망으로 급변했다.

▶정치 불신 확산=정치불신은 연방정부와 연방의회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데 기인했다. 갤럽 조사 결과, 오바마 대통령 지지율은 40% 전후로 하락했지만, 의회 지지율은 이보다 더 낮은 14%로 추락했다.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직업 정치인은 필요없다. 일반인을 워싱턴으로!”라는 구호가 나오고 있다.

이같은 사회 불신은 유권자의 무관심으로 이어졌다.

미 NBC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WSJ) 조사에 따르면, 올해 중간선거 관심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높아져야 하지만 지난 6월 51%에서 10월 50%로 역주행했다. 이는 이전 선거인 2010년 같은 기간 51%에서 61%로 10%포인트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퓨리서치센터도 “중간선거는 대통령선거보다 전통적으로 투표율이 낮아 2차 대전 이후 한번도 50%를 넘은 적이 없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지난 2010년 투표율 37%보다 더 낮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암울한 미래, 절망감 증폭=미국민에게 현실보다 더 암울한 것은 미래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의 뿌리 깊은 긍정론, 즉 다음 세대는 이전보다 더 나을 것이라는 자부심이 사라졌다“며 “미래에 대한 불안이 뉴노멀(새로운 표준)로 자리잡았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1980~2000년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엄 세대는 미국 역사상 최초로 부모 세대보다 못사는 세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워싱턴 소재 보수성향 싱크탱크 아메리칸엔터프라이즈연구소의 마이클 바론은 FT에 “유권자들은 친(親)공화당이라기 보다 반(反)민주당”이라고 지적했다.

공화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민주당이 싫어서란 의미다.

아사히신문은 “미국이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며 “중동에서는 이슬람 극단 무장세력과의 싸움이, 국내에서는 소득격차 확대와 흑백차별, 에볼라 공포가 미국민들 사이에 막연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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