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전시작전 통제권 전환 시기를 또다시 연기한 것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이 침묵을 지켰다. 참여정부가 강하게 추진했던 전작권 전환 문제에 대해 문 의원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으면서 그의 ‘무(無)발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 오전 새정치연합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새벽 타결된 전작권 전환에 대한 비대위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포문은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열었다.
문 비대위원장은 “전작권을 차질 없이 환수키로 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 허언으로 끝났다”고 비판했고, 우윤근 원내대표는 “국민과의 협의 없이 약속파괴는 잘못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정세균 비대위원은 “군통수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전작권 전환을 15년까지 준비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 결과가 무엇이냐”고 질타했고 박지원 의원도 “정부의 일방적 결정은 국회와 국민을 무시한 것이다”고 비판했다. 이날 비대위 회의에 참석했던 비대위원들은 이날 핵심 발언에 모두 전작권을 올렸다. 그러나 청와대 비서실장에 재직하면서 전작권 전환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문재인 의원은 정작 전작권 연기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대신 문 의원은 ‘전세값 걱정’을 회의 일성으로 내놨다. 문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전국 아파트의 전세 매매 가격 비중이 70%까지 올라갔다. 사상 최고 수준이다”며 “전월세 가격 상승을 감당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9월 1일 부동산 대책은 실패다. 전세가격이 더 오르게 해 집부자만 배불리고 전세난은 가중시킬 것이란 예측이 현실이 되고 있다”며 “전세 대책 실패는 서민을 교란 시키는 것이다. 전월세 상한제 등 전세난 해결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더이상 거부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새벽 있었던 핵심 이슈 ‘전작권 무기연기’에 대한 언급 대신 ‘전세난‘이라는 민생 언급을 한 것이다.
참여정부에서 전작권 전환이 논란이 되던 시기 문 의원은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재직했었다. 문 의원은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에서도 ‘전시작전권 전환’에 대해 “해묵은 과제를 해결하게 됐다”며 성과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전작권의 당사자격인 문 의원이 이날 오전 회의에서 관련한 발언을 하지 않으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우선은 ‘노무현 색깔빼기’ 가능성이다. 문 의원은 평소 자신이 ‘친노’라고 불리는 것, 또는 ‘친노계 수장’이라 칭해지는 것을 극히 꺼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당 안팎에서 자신을 흔들었던 내용 가운데 가장 아팠던 것이 ‘친노 프레임’이었다는 것을 잘 기억하고 있는 탓이다. 이 때문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끄러운 줄 알라’며 질타했던 전작권 전환에 대해 이날 아무런 발언도 하지 않은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성과와는 일정 부분 거리를 두겠다는 의사로 해석된다.
여기에 문 의원 본인은 물론 야권에 대해 ‘국방에 있어선 취약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 시키려는 의도도 이날 ‘무(無)발언’의 이유로 꼽힌다. 문 의원은 19대 후반기 상임위 구성에서 본인이 자청해 국회 국방위원회를 맡았다. 직전 기획재정위원회에 소속됐던 것과는 전문 분야도 전혀 다르다. 이는 자신을 향한 ‘안보ㆍ국방 불안’ 시각을 줄이기 위한 시도였다. 문 의원 스스로 특전사 출신이지만, NLL 논란 등을 거치면서 ‘야권이 집권하면 국방이 어렵다’는 세간의 인식 역시 부담이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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