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산업은행이 최근 2년 반 사이 사모투자펀드(PEF) 투자로 1조원대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중소기업 자금조달 등을 목적으로 하는 한국정책금융공사도 PEF투자로 수십억대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종훈 의원이 21일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 2012년부터 올해 6월까지 3조2380억원을 투자해 이 가운데 1조384억원의 손실(손상차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손상차손은 자산의 미래 경제 가치가 장부가격보다 크게 낮아질 우려가 클 때 이를 장부 손실로 잡는 것을 말한다.
산업은행 투자 손실의 가장 큰 원인은 대우건설 인수에 손을 댄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올 6월까지 2조4619억원을 대우건설 인수를 목적으로 한 펀드에 투자했지만 대우건설 평가가치가 하락하면서 장부상으로 8606억원의 손실을 기록하게 됐다. PEF는 투자로 기업을 정상화시켜 이를 되팔아 고수익을 내는 펀드다. 그런데 대우건설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이에 참여했던 산업은행이 손실을 떠안게 된 것이다.
산업은행이 손을 댔던 ‘썬스타 지분인수’도 회생절차가 폐지되면서 고스란히 손실로 잡혔다. 산업은행은 이 사업에 740억원을 투자했고, 장부상으로는 702억원의 투자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인수한 회사가 망하면서 투자원금 대부분이 손실을 기록한 것이다. 미국 부품업체에 투자했던 투자건도 해당업체가 제품 양산에 실패(284억원 손실)했고, KDB생명(옛 금호생명)을 인수한 투자건에서도 KDB생명 매각추진설에 따른 계약가치 하락 등으로 792억원의 손실을 봤다.
정책금융공사의 투자도 줄줄이 손실이다. 정책금융공사가 출자한 PEF와 벤처캐피탈펀드(VCF) 92개는 691개 기업에 총 2조5331억원을 투자했으며, 최근 4년간 손실액이 62억9000만원이었다. 정책금융공사가 투자한 26개 기업(1884억원 투자)들이 줄줄이 상장폐지, 법정관리되면서 손실을 본 것.
김 의원은 “현재처럼 투자와 이에 따른 손실이 계속될 경우 정부의 정책금융 축이 우르르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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