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인재(人災)가 일어났다. ‘세월호’ 사건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수십명의 인명을 앗아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판교테크노밸리 야외공연장 환풍구 추락사고 얘기다. 정치권은 호들갑이다. 책임 소재를 묻고, 원인을 파악한다고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현장 방문을 하고 있다. 공무원들은 며칠 밤을 새며 사고 현장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온 나라가 애도를 한다고 해 이런 사고가 또 일어나지 않을까. 세월호 사고가 일어난지 6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또 대형 사고가 터졌다는 것인데, 왜 우리나라에 이런 후진국적인 사고가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것일까. 근본적으로 우리 스스로에게 자문해봐야 한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본인 스스로에게 너무 관대한 우리나라를 생각해봤으면 한다. 기억을 되짚어 보면, 삼풍백화점 붕괴부터 시작해, 성수대교 붕괴, 씨랜드 참사,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붕괴까지 소중한 영혼을 앗아간 사건이 끊임 없이 발생했다. 그 때마다 우리는 항상 책임 소재를 파악해 관련자를 처벌했고, 마치 다시는 비슷한 유의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원인을 파악해 향후 대비책까지 마련했다.
그러나 그 대비책은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눈가리고 아웅하듯 사고 당시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만 피하는데 급급했다. 그 실질적인 원인을 파악해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을 막기 위한 노력에는 눈을 감았다.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도 이와 비슷했다. 매년 각종 안전사고로 근로자들이 목숨을 잃었지만, 그 때마나 고개를 숙이고 사죄를 할 뿐 근원적 처방에는 미흡했다. 그러니 매년 산업재해 발생률이 끊임 없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는 스스로 너무 관대하다. 타자(他者)에게는 관용 없는 원칙을 내세우면서도 스스로에게는 대충 넘기는 관용과 관대함을 보여줬다. 이번에 대형 사고로 이어진 야외공연장 환풍구를 예로 들어보자. 환풍구 공사를 발주한 사업자가, 또 이를 설계한 설계자가, 시공한 공사자가, 감독한 감독자가, 관리한 관리자가 일말의 여지도 없는, 관용 없는 원칙을 내세웠다면 대형 참사를 일으킬 수 있는 환풍구가 그렇게 국민들 옆에서 악마의 주둥이를 떡하고 벌린채 있을 수 없었다. 그들 모두 대충 넘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 환풍구 관련 사고는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전국적인 환풍구 점검이 있을 것이고, 각종 안전조치가 취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판교테크노밸리 야외공연장 환풍구 추락사고에 대한 경찰 수사결과를 토대로, 환풍구 관련 종합대책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항상 이런 식이었고, 발상의 전환이 없다면 앞으로도 ‘이따위’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 밖에 없다.
그러나 환풍구 말고도 1970년대 이후 40년 넘게 스스로에게 대충 넘기는 관용과 관대함을 보였던 시설물과 각종 인ㆍ허가 등이 산재돼 있다. 이런 사고는 또 일어날 수 있다. 언제까지나 우리나라가 이런 후진국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사고천국’이라는 오명을 달고 살아야 하는 것일까. 우리 스스로가 관용 없는 원칙을 지켜나가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인간의 목숨이 걸려 있다면, 관용 없는 철저한 원칙을 세워 지켜야 한다.
okidok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