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5대 홈쇼핑 업체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해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징계는 말뿐인 ‘경고’에 그쳤고, 검찰 고발은 단 1건도 없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경고 누적에 따른 가중 처벌도 실효성이 없다는 평가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이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아 20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98년부터 지난달까지 공정위 전체 의결건 수 144건(무혐의 등 사건 제외) 가운데 73건(50.69%)은 홈쇼핑사들에 대한 ‘경고’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60건(41.66%)은 시정명령이었고, 시정권고는 5건이었다.
실질적인 처벌인 과징금 부과는 6건(4.16%)에 그쳤고, 더 강한 처벌인 검찰 고발은 단 한건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의 경우 검찰은 공정위의 고발 없이 기소할 수 없다. ‘전속고발권’을 공정위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공정위는 홈쇼핑 업체들에 대해 ‘봐주기 처벌’로 일관해왔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보게 된다는 것이 민 의원의 주장이다.
위반 행위 건수를 업체별로 보면 씨제이(CJ)오쇼핑이 41건으로 가장 많았고, 지에스홈쇼핑(38건), 현대홈쇼핑(26건), 롯데홈쇼핑(24건), 엔에스(NS·농수산)홈쇼핑(14건) 순이었다. 올해 상반기 신헌 전 대표를 비롯해 임직원 10명이 기소된 롯데홈쇼핑의 경우 경고(13건)와 시정명령(10건), 시정권고(1건)를 받았지만 과징금 처분은 없었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지에스의 경우에도 전체 39건 의결 건수 중 대부분이 경고(19건)나 시정명령(16건)에 그쳤다. 과징금 처분은 지난 2002년 출자총액제 위반, 2006년 허위·과장 광고 등 3번 밖에 없었다.
국내 홈쇼핑은 지난해 기준 시장 규모가 8조7800억원에 이를만큼 대형화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이를 감시해야 할 ‘경제 검찰’ 공정위의 제재는 경고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다. 경고가 누적될 경우 벌점 제도로 과징금이 가중 부과될 수 있지만, 경고 누적 기준이 높아 실질적인 가중 처벌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민 의원의 지적이다.
민병두 의원은 “최근 홈쇼핑업체에 대표이사가 연루됐던 비리가 나오고 있는데 지난 16년 동안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은 ‘경고만 위원회’에 불과했음이 밝혀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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