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최근 한 달간 한국의 외환·증권시장 변동성이 아시아 주요 신흥국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가 과연 회복궤도에 들어섰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드는 가운데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움직임과 유럽존의 디플레이션 위기, 중국의 성장률 둔화 등 대외적인 악재까지 겹치면서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점차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19일 정부 당국과 금융시장에 따르면 달러 강세와 유럽 재정 위기 등 대외변수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이달 들어 한국의 외환시장과 증권시장이 대만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등 아시아 주요 7개 신흥국 중 가장 많이 출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달러에 대비한 통화 가치 변동 추이를 보면 원화 가치 하락률이 2.06%로 이들 7개국 중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이는 두번째로 통화가치 하락률이 큰 말레이시아 링키트(0.40%)의 5배에 달하는수준이다필리핀 페소의 가치는 0.27%, 태국 바트화는 0.22%, 싱가포르 달러는 0.04%씩 하락했다. 같은 기간에 인도네시아 루피아(0.32%), 대만 달러는 0.10%씩 강세를 보였다.
한국은 주가 측면에서도 아시아 주요 7개 신흥국 중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코스피 지수는 17일 1,900.66으로 마감, 지난달 30일 종가인 2,026.60보다 6.21%하락했다.
이는 같은 기간의 대만 -5.00%, 싱가포르의 -3.71%, 필리핀 -3.61%, 태국 -3.60%, 말레이시아 -3.14%, 인도네시아 -2.20%보다 더 떨어진 것이다.
코스피 지수의 하락에는 외국인 자금 이탈의 영향이 컸다. 이달 들어 코스피 시장에 대한 외국인 순매도 금액은 2조4000억원 이상을 기록했다. 외국인들은 12거래일 연속으로 코스피 시장에사 팔아치웠다.
한국의 국가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왑(CDS) 5년물 프리미엄은 뉴욕 금융시장에서 16일 기준으로 63bp(1bp=0.01%포인트)를 기록, 올해 4월11일의 64bp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이처럼 커진 것은 미약한 경기 회복 분위기 속에서미국과 중국, 유럽 등에서 거대 악재가 적지 않게 나왔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2분기 성장률이 예상치를 크게 하회한 가운데 3분기 실물경제 역시 이렇다 할 반등 국면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추석 연휴를 전후해서도 내수와 소비, 투자가 살아나지 못했고 주식시장은 새 경제팀 출범 시점보다 더 악화됐다. 부동산 시장 역시 심리 회복 이상의 반등을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도 3% 중후반대에서 3% 중반대로 일제히 하향조정하는 분위기다.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8%에서 3.5%로 낮춘 가운데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기존 3.7%에서 3.5~3.6%로 0.1~0.2%포인트 하향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올해 성장률을 3.9%로 설정했던 금융연구원과 3.7%로 설정했던 LG경제연구원도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27개 주요 외국계 금융기관의 올해 성장률 전망 평균치도 3.6%로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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