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야당 잔치’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가뜩이나 ‘준비 부실’로 대형 이슈를 선점하지 못했는데, 안철수 의원의 기자회견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중국 방문 및 ‘개헌 논란’도 ‘돌발 변수’로 등장해 맥을 빼고 있다. ‘전투력’이 소수 야당인 정의당만도 못하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14일부터 원내대변인이 직접 오후 현안 브리핑을 통해 국감 진행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당일 오전부터 진행되는 각 상임위 별 국감에서 어떤 사안이 쟁점이 됐는지에 대한 설명도 곁들이겠다는 것이다. 우윤근 원내대표가 사령탑을 맡은 이후부터다. 당은 또 매일 당일 있을 국감 쟁점 사항을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웹하드에 게재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상임위별 쟁점 사안이 웹하드에 게재됐다는 별도의 문자 메시지도 보낸다. 이렇다할 쟁점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새정치연합이 홍보에 힘을 쏟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안철수 의원의 기자회견은 정치권의 관심을 안 의원에 쏠리게 만드는 변수가 됐다. 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측근인 송호창 의원이 조직강화특별위원회에서 하차한다고 밝혔다. 또 비대위 불참은 물론 일체 자신 측근들의 조강특위 참여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의원의 비대위 및 조강특위 불참은 사실상 2016년 총선에서 어떤 지분도 챙기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안 의원의 탈당 가능성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초대형 이슈였던만큼 국감은 이슈에서 후순위로 밀려나게 됐다는 평가다.
‘블랙홀’로 표현될만한 초대형 이슈인 개헌 논의를 김무성 대표가 꺼내든 것도 국감 이슈를 제쳤다. 실제로 김 대표의 개헌 발의 이후인 17일 대부분의 조간신문들은 김 대표의 개헌 발언을 1면 기사로 다뤘다. 김 대표는 개헌시기(정기국회 이후)와 개헌방향(이원집정부제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밝혀 관심을 집중 시켰다. 여기에 17일 오전에는 김 대표가 “대통령께 죄송하다”는 말을 하면서 다시한번 정치권의 최대 이슈가 됐다.
여기에 새정치연합의 전투력이 정의당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새정치연합 의석수는 130석인데 비해, 정의당은 고작 5석에 불과하다. 정의당은 이번 국감 들어 한국석유공사의 하베스트(NARL) 매각 손실이 2조5000억원에 달한다(김제남)고 폭로했고, 윤상직 산업자원부장관이 국감자료를 ‘사전 검열했다’는 논란도 처음으로 제기(김제남)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의 이종사촌 일가의 특혜 의혹(박원석)과, 검찰이 인터넷 게시물을 ‘직접 삭제’토록 했다는 의혹(서기호)도 국감장에서 제기했다. 자료가 뒷받침되는 정치 이슈 제기로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이다.
새정치연합 의원들의 무기력한 모습은 최근의 당내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 세월호 특별법 내홍과 원내대표의 탈당파문 등으로 두번이나 국감을 연기하면서 ‘예봉’이 꺾였고, 이후엔 10여명 안팎이나 되는 차기 당대표 후보들의 당권 경쟁까지 겹치면서 화력집중이 어려웠다는 평가다. 수도권 재선 의원실 관계자는 “수석보좌관 관심이 정무에 집중돼 있다. 협조 안되는 자료 문제와 방 분위기까지 겹치면서 변변한 걸 못내놔 큰 일”이라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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